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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밀침침신여상 2
전선 지음, 이경민 옮김 / 마시멜로 / 2019년 12월
평점 :
절판
1
혼자서 4천년을 살아왔었다. 가족이라고는 아무도 없었고 화계에 떨어진 까마귀 같은 녀석을 잘 돌보아주었더니 그것은 천계의 둘째 아들이었고 이 기회에 자신이 수경 속에만 갇혀 있는 답답했던 그녀는 그의 밑에 들어가서 백년을 살았다. 그의 시중을 들면서 말이다.
남녀사이의 연분같은 것은 없었다. 그가 그녀를 바라보는 눈빛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그가 아무리 그녀에게 차갑게 대해도, 모질게 대해도 그것이 전부 그녀가 싫고 미워서가 아니라 그녀에게 빠져드는 자신을 막기 위해서라는 것을 말이다. 그런데 이제는 상황이 변했다. 그의 어머니가 했던 짓 때문에 그는 더이상 그녀의 곁에 있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녀의 곁에는 수신인 아버지가 생겼고 자신의 형이자 천계의 큰 아들인 윤옥이 정혼자로 자리잡았다. 그녀에게 가족이 생긴 것이다. 그 어디에도 자신 욱봉이 들어갈 자리는 없어 보였다. 그것으로 끝인가. 아무리 천계의 아들이라 해도 그가 설 자리는 진정 그녀의 옆에는 없는 것인가.
2
아버지는 자신의 영력의 반을 갈라서 만든 비기를 그녀에게 주었다. 자신을 지키게 하려고 했던 것인가. 하지만 누가 알았으랴. 그것이 비극의 시초가 될 것임을 말이다. 겨우 찾은 아버지. 그런 아버지의 정을 느끼기도 전에 홀연히 아버지는 사라지고 말았다. 그것도 누군가의 공격에 의해서 말이다. 어머니가 어떻게 돌아가셨는지를 알고 그에 대한 복수를 할 수도 없었던 그녀에게 이것은 너무 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 결국 그녀는 자신이 결단을 내리고 직접 복수의 칼날을 휘두르게 되는데 과연 이 방법이 정공일까. 다른 방법은 정녕 없었단 말인가.
사랑 이야기라고 해서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그들 사이에 얽혀있는 인연들과 그들의 선조대에서부터 연결된 사건과 풀 수 없게 꼬여진 관계들은 그들의 관계를 더욱 어렵게 만든다. 이미 정혼한 관계라고 안심할 것인가. 절대 그렇지 않다. 그녀는 오직 영력만을 갈구하는 것처럼 보이고 그 영력을 받을수만 있다면 누구하고라도 어떤 수련을 하고서라도 감내할 수 있을 것만 같이 보인다.
실제로 그녀가 욱봉과의 끌림에 의해서 관계를 가졌을때도 그러했다. 그녀는 단지 수련으로만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정녕 그것이 수련이었을까. 태어나자마자 약을 복용하여서 '사랑'이라는 감정을 배제시켜 버렸던 그녀였다. 그로 인해서 자신은 사랑이 무엇인지 모르고 자랐다. 그런 그녀가 이제 사랑을 느낀다. 그녀의 사랑이 향하는 곳은 어디인가. 진정으로 사랑을 알게 되면 그녀의 마음은 사랑으로 충만하여질까 아니면 그 사랑으로 인해서 더욱 아파하게 될까.
3
이야기는 끝나지만 작가는 독자들을 위해서 끝이 아닌 시작을 다시 준비해 두었다. 번외편이 바로 그것이다. 에필로그를 떠나 번외편들은 그와 그녀가 다시 만나고 사랑하게 된 이후의 이야기들을 보여주고 있다. 끝이 아쉬웠던 독자들에게는 선물과도 같은 이야기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