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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밀침침신여상 1
전선 지음, 이경민 옮김 / 마시멜로 / 2019년 12월
평점 :
절판
1.
중국 소설 [위장자]를 보고나서는 색다른 첩보소설의 매력에 빠졌더랬다. [제왕업]을 보고나서는 전통적인 것 같으면서도 색다른 역사소설에 취했더했다. 그래서 이 책이 중국소설이라는 것만 알고 표지도 제대로 살펴보지 않은채 무턱대고 손에 잡기를 바랐다. 아무 생각없이 첫장을 넘기는 순간 나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가 펼쳐져서 살짝 당황했었다. 그제서야 표지를 찬찬히 훑어본다.
한 여자와 한 남자. 분홍본홍한 표지는 이것이 진정 로맨스 소설임을 알려주고도 남음이 있다. 거기다가 이 배경은 어쩔 것인가. 신선들이 거닐고 방주와 화신을 비롯한 각 신들이 등장하고 화계와 천계가 그들이 사는 곳임을 알게 되니 살짝 막막함이 머문다. 중국산 판타지 로맨스인 것이다. 살짝 낙심은 했지만 어쩌겠는가 시작은 했으니 읽을 수 밖에라고 생각하며 읽어나갔지만 호오~ 이 책, 참 묘하게 끌림이 있다.
2.
판타지 형식을 취하고는 있지만 전형적인 로맨스물이다. 말괄량이 천방지축, 아무것도 몰라요를 외치는 순진무구한 여자주인공에 그녀를 둘러싼 두명의 남자주인공. 거기다가 그 남자주인공들은 천계를 다스리는 천제의 두 아들이다. 그야말로 모든 세계를 한 손에 쥐고 있는 남자들이 한 여자를 향해 목을 메고 있는 셈이다.
물론 두 주인공은 전혀 다른 매력을 발사한다. 한없이 따스함을 보여주는 첫째 아들과 더없이 틱틱거리면서 시니컬하게 굴지만 마음은 그렇지 않은 츤데레 둘째아들. 하지만 이 둘의 사랑은 동시에 받고 있는 그녀, 금멱은 그 사랑을 전혀 알지 못한다.
아니 태어나서 수경 안에서만 갇혀 지낸터라 남녀가 어떻게 다른지도 모르고 오직 영력을 갈구하기에만 급급하다. 훔쳐서라도 가지고 싶은 영력. 누가 영력을 준다고 하면 나라라도 팔 기세다. 이런 그녀에게 홀딱 빠져버린 두 남자 윤옥과 욱봉. 지금 기세로는 욱봉이 조금 더 앞선듯이 보이지만 그 누구도 안심할수는 없는 노릇이다. 마지막에 그녀에게 택함을 받는 것은 누구이려나.
3.
꽃과 관련된 나라 화계가 존재하고 하늘과 관련된 나라 천계 그리고 죽은 사람들이 존재하는 마계. 크게 구분되는 그들만의 세계들이다. 각기 나라를 구성하고 사는 그들은 몇천년씩은 기본으로 살아가는 것이며 죽음과는 관련이 없어보이기도 한다.
자신이 태어나면서 어머니는 죽었고 아버지는 원래 없는 그녀에게 나타난 아버지의 존재가 차지하는 것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 이제 그 모든 죽음의 비밀을 알게 된 그녀와 아버지의 관계는 이 세상의 그 어떤 관계보다 끈끈할 것이다. 그 관계는 또 어떻게 될까.
약간의 실망감으로 시작한 책이었지만 그 불꽃이 점점 차오르고 타올라 마침내는 아주 큰 모닥불로 활할 타올랐다. 그것이 이제 바로 다음 횃불로 넘어가려고 하고 있다. 한 여자와 두 남자, 그들의 사랑은 어디가 마지막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