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사나이의 크리스마스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이우일 그림, 홍은주 옮김 / 비채 / 201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딱 지금, 크리스마스를 전후로 읽어줘야 하는 책이다. 제목에서부터 그런 뉘앙스를 풍겨내고 있지 않은가. 양 사나이의 크리스마스. 일단 '양 사나이'라고 하는 것도 너무너무 웃기다. 양머리를 쓰고 있는 그. 여름이 한창일 때 크리스마스 음악을 작곡해 달라는 부탁을 받은 그는 집으로 돌아가서 피아노를 치지만 즉각 제지당하고 만다. 너무 시끄럽다는 것이 그 이유다. 주인은 양사나이의 꼴을 탓하면서 그런 것도 봐주고 있는데 시끄럽게 하지 말라는 것이다.

 

결국 시간이 지나고 데드라인이 다 되어갈수록 그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그런 그에게 양 박사는 그가 저주에 걸렸기 때문이라고 진단을 하면서 그 저주를 풀기 위한 방책을 알려준다. 양 사나이는 그 방법대로 해서 저주도 풀고 크리스마스 음악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그는 도넛 가게에서 일을 한다. 동그랗게 속이 뚫려진 도넛. 뒷표지에는 입체적으로 도넛을 표현해 놓았는데 처음 보았을 때는 도넛같다고 생각했는데 읽으면서 보니 왠지 그 동그란 모양이 음악이 담긴 씨디같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양 사나이가 크리스마스 음악을 작곡한다면 어떤 노래가 나올까.

 

왠지 모르게 양들이 내는 '매에~' 하는 소리가 나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괜스리 쿡하는 웃음이 터져나온다. 생각해보라. 씨디를 넣고 음악이 나오기를 기대하면서 플레이 버튼을 눌렀는데 나오는 것은 매에~ 하는 양 울음소리라니 그야말로 이것은 코미디가 아닌가. 혼자서 그런 상상을 했더니 즐거움이 서서히 차오른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이야기에 [하와이하다]의 이우일 작가의 그림이 더해졌다. 일본과 한국의 만남이 그야말로 자연스럽다. 어딘가 튀어 보이지 않고 그림 속에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묻혀있고 이야기 속에 그림이 배경이 되어 주고 있다. '양 사나이'라는 이색적인 주인공이 튀지 않고 어울려 보이는 것도 그런 조화로움이 유지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한가지 특이점은 그림의 편집이다. 아이들용 책에서나 볼 수 있는 접혀진 그림들이 인상적이다. 왜 페이지가 두껍지 하면서 넘겨보다 그림을 보면서 우와 하는 소리를 지르게 된다. 그림을 보는 재미가 가득하면서도 이야기의 흐름을 놓칠 수 없다. 아이들에게 읽어주기도 제격인 그런 이야기. 조심하라. 크리스마스에 구멍뚫린 도넛을 먹으면 저주에 걸릴수도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