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흑검사 1
서아람(초연) 지음 / 연담L / 2019년 10월
평점 :
품절


아니, 시각이 관찰의 전부라고 믿었다. (136p)

 

현직 판사가 장르소설을 쓰고 그 소설이 인기를 얻어서 화제가 되었던 적이 있었다. 판사는 겸업을 그만두고 이제는 본격적인 작가로서의 글을 쓰고 있다. 이번에는 검사다. 현직 검사가 쓴 감사가 주인공인 장르소설이다. 원래가 현실이 가공의 이야기보다 더 흥미로운 법, 작가는 자신의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과 픽션을 섞어서 아주 멋드러진, 맛깔나는 이야기를 냈다. 그야말로 걸작이다.

 

 

가독성.

 

주구장창 읽힌다. 한번 잡으면 그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도록 연결되었다. 그럴 수밖에 없다. 추미스 공모전에서 수상을 한 작품이다. 일단 전문가들의 인정을 받은 작품이고 그만큼 보장을 한다는 소리다. 분권되었어 있지만 이해가 된다. 1권은 총 642페이지다. 2권도 비슷한 분량이다. 그러니 나눌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 당연하다는 듯이 생각되어진다.

 

이렇게 두꺼운 분량의 책이 재미가 없으면 어떻게 되는지 아는가. 정말 속도감은 저질스러울 정도로 떨어진다. 한장 넘어가는 것이 1톤짜리를 드는 것마냥 느껴지게 된다. 하지만 이 작품은 그와는 전혀 다르다. 한 페이지의 질량은 마치 0.000001그람도 되지 않은 깃털과도 같다. 아니 존재하지 않는 공기와도 같다. 손은 이미 다음장을 넘기려고 준비중이고 머릿속은 다음장의 이야기를 생각한다. 눈은 2줄을 한꺼번에 읽어 이해한다. 하나하나 볼 정신이 없다. 궁금해서 가급적 빨리 빨리 넘기게 된다. 오랜만에 제대로 속도감을 느낀다.

 

이 사건 전체가 그냥 하나의 거대한 장벽 같았다. 희미하게나마 빛이 들어올 구석을 찾았다 싶으면 금방 막혀버렸다. (373p)

 

잘나가던 검사 강한, 그는 약혼식날 의문의 테러를 당하고 그야말로 나락에 떨어진다. 가장 기쁘고 즐거워야 할 날이 자신의 모든 커리어를 내려놓게 만든 날이 되어 버린 셈이다. 사실 좋아서 하는 약혼도 아닌 단지 서로의 조건과 필요에 의해서 맺어진 약혼이었다. 차라리 잘된 것이라고 해야 하나라는 생각도 들지만 지금의 강한을 보면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장애를 가진 주인공은 강한이 처음이 아니다. 제프리 디버 작품 중에서 라임 시리즈의 주인공인 링컨 라임은 그야말로 손가락 하나만 꼼짝할 수 있는 사지마비 환자이다. 그러나 어떠한가. 그는 사건의 중심부에 서서 훌륭히 사건을 이끌어간다. 그들에게 장애는 불편하기는 해도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막는 요소는 아니라는 것이다.

 

라임을 도와주는 색스의 존재나 강한을 도와주는 소원의 존재도 무시할수는 없다. 라임은 사랑이라는 관계로 묶여있지만 소원과 강한은 애증의 관계라 할 수 있다. 처음에는 가해자와 피해자로 만났고 범인에게 봉사시간을 구형한 검사로 만났고 이제는 강한의 활동보조인으로 그 시간을 탕감하고 있는 중이다.  이 둘 사이의 케미가 또 이 책을 읽는 즐거움의 한 부분이다.

 

강한은 자기를 이렇게 만들어 버린 범인을 잡겠다고 다시 검사의 자리에 섰다. 이전과는 다른 세상이다. 마음껏 할 수 있었던 전과는 다르게 이것저것 제약이 주어진다. 그래도 단 하나의 집념이다. 범인을 붙잡겠다는 생각. 그의 사건은 단 하나의 별개 사건이 아니다. 1년전 의 사건과 연결되어 있으며 그 사건의 형사와 검사, 그리고 판사까지 법조계 사람들이 모두 엮여있다.

 

정통사회파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스릴러, 링컨 라임 시리즈가 계속 나오듯이 강한 시리즈도 계속 나오면 좋겠다. 장애에 대한 편견을 가차없이 부수면서도 현실을 반영하고 그에 따른 제약을 드러내는 사실성, 직접 그 세계에 있기에 더욱 자세하게 설명할 수 있는 디테일에 살아있는 세밀함, 거기에 확실하게 흥미를 잡아가는 거대한 스케일까지 모든 것을 적재적소에 몰아넣은 이 한권의 이야기는 그야말로 걸작, 대작, 마스터피스라 할 수 있겠다. 작가는 시리즈를 보장하라! 보장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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