캣퍼슨
크리스틴 루페니언 지음, 하윤숙 옮김 / 비채 / 2019년 10월
평점 :
절판


<나쁜 아이>

 

우리는 안 해본 것 없을 만큼 모든 것을 해봤기에 그들의 모습이 너무나 우스꽝스러울 만큼 단순해 보여서 처음에는 웃음밖에 안 나왔다. (185p)

 

기사 하나를 읽었다. (http://naver.me/xLR20Dvn) 이 기사를 읽으면서 저들이 말하는 사랑이라는 관계가 이 <나쁜 아이>라는 이야기 속에 나오는 저들의 관계와 무엇이 다를지를 생각해 보게 된다. 이야기 속의 세사람의 관계는 조금은 더 나이브 하다고 해야 할까 현실속의 세사람의 관계는 조금은 더 이노센트하다고 해야 할까.

 

솔직히 어느 쪽이던 이 삼각관계를 지지하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혼자가 익숙한 세상 차라리 세명이서 더 낫다고 해야 하나. 이야기 속에서는 분명 두사람으로 시작한 관계가 친구가 중간에 끼어들면서 다른 관계로 바뀐다. 친구는 원해서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단지 그들의 공간에 있었다는 이유로 시작하게 된 관계.

 

자극적이고 독한 것에 익숙해지면 보통의 일반적인 것은 밋밋해 보이기 마련이다. 강한 맛에 중독되어버린 혀가 심심한 맛을 인식기하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 셋의 관계가 넷으로 늘어나면서 분명 그들 사이에는 갈등이 생긴다. 이 중 나쁜 아이는 누구일까.

 

<좋은 남자>

 

마치 입안의 동굴에서 민달팽이가 짝짓기라도 하는듯이 뼈 없는 두개의 판판한 살덩이가 퍼덕거렸다. 역겨워. (216p)

 

<나쁜 아이>에 이어지는 이야기는 <좋은 남자>다. bad boy는 성장을 해서 good guy가 되었을까. 두 이야기 간에 전혀 접점은 없다. 그 누구도 공통으로 등장하는 인물도 없다. 하지만 왠지 제목에서 그런 느낌을 받게 된다. 다른 여자를 좋아하면서 그 여자에게 고백은 하지 못하고 상상속으로만 사랑하며 현실의 자신은 다른 여자친구를 두고 있다. 그녀를 미워하면서도 여자친구에게 죄의식을 느낄 것 같아서 그 관계를 끝맺지 못한다. 이 남자는 좋은 남자인가.

 

<성냥갑증후군>

 

로라는 줄곧 옳았고 그녀를 믿은 그도 옳았다. (368p)

 

그저 벌레에 물린 줄로만 알았던 작은 가려움이 몸 전체로 퍼져 나간다. 온 집을 다 뒤져봐도 물릴만한 존재는 없고 약을 발라도 그때뿐 여전한 가려움은 존재한다. 피가 나도록 긁으면서도 무료진료소를 가며 참는 여자. 그녀는 같이 나눠 내야하는 수입에 부담감을 느꼈던 것일까. 결국은 그가 예약을 하고 병원에 가지만 정작 이야기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 버리고 그녀는 자신이 기대한 것과는 다른 결론을 받아들게 된다.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그녀가 옳았음을. 그녀를 믿어줘야 함을 알고 있었다는 소리다. 그도 결국은 그녀를 믿고 증거도 얻었다. 그의 믿음은 그 증거를 보았기 때문에 믿게 된 것일까 아니면 증거를 보지 않고도 그녀를 믿어준 것일까. 이 관계를 넓게 본다면 이 지구 상에서 말도 되지 않은 소리를 했을 때 나를 믿어줄 사람은 누구일까를 생각해 보게 된다.

 

 

아무리 말이 안되는 이야기라 해도 실제로 내가 경험했다면, 내가 느꼈다면 나를 나 그대로 믿어줄 사람이 있기는 할까. 사람들은 자신이 본대로 믿고 다수의 사람들이 이끄는대로 믿어버리는 경향이 있다. 심리적으로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가 그러하게 만들어져 있다. 그로 인해서 수없이 많은 오해와 사건들도 발생한다.

 

 

형사들은 자신들이 생각한 것만 믿고 엄한 범인을 잡기도 하고 판사들 또한 그런 잘못된 증거와 사람들로 인해 오판을 해서 잘못된 판결을 내리기도 한다. 지금 이 현실에도 그러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지 않은가. 작가의 이야기는 충분히 판타지스럽지만 그 모든 것이 현실이 바탕이 되었음을 알 수 있고 그로 인한 블랙코미디같은 결론에 이르러 마지막 장면을 보고서는 멍한채로 한참을 고개를 떨구고 있게 만들어 버린다. 어떻게 이런 결말을 낼수가 있는 거지, 대체.

 

12편의 짧은 이야기들이 저마다 자신들의 특색을 뽐내며 옹기종기 모여있다. 뚜껑을 열기 전까지는 어떤 노래가 나올지 모르는 뽑기처럼 책표지를 열기 전까지는 절대 그 내용을 가늠할 수 없다. 두사람의 입술이 겹쳐있는 표지만으로 어떨 것이다 미리 생각해서는 안된다는 소리다.

 

단편 하나가 발표되고 난 후 트위터를 통해서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고 읽어본 사람들끼리 찬성과 반대파로 나뉘어서 토론을 벌였다고 했다. 이 책의 모든 이야기들이 다 그러한 소재로 쓰일수가 있다. 사건을 마무리 하면서 내리는 결론은  때로는 명확하지 않아서 때로는 너무나도 극단적이어서 때로는 상상이상이어서 더욱 그러하다. 작가의 결론에 대해서 충분히 논쟁할 거리가 된다는 것이다. 사랑에 관한 이야기들 같으면서도 사람들의 관계를 그리고 있는 이 작품은 이 시대의 문제작임이 틀림없다. 이 책을 읽으신 분 저랑 토론 좀 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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