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인턴들이 자살하거나 미치거나 살아남기 위해 노력한다.
(533p)
지극히 단순하게 생각해서 [닥터스] 같은 책일줄로만 알았다. 의대생들의 고군분투과정을 그린 이야기,
그 속에서 공부를 하면서 사랑도 느끼고 자신만의 적성을 찾아가는 그런 이야기일줄로만 알았는데 그보다는 더욱 적나라하게 병아리 의사들의
현실을 드러내고 있다.
분명 이 이야기는 하우스오브갓이라는 병원을 배경으로 해서 인턴들의 하루하루를 보여준다. 그러나
감동적이라기보다는 그냥 날것 그대로라는 느낌이 든다. 가끔 너무 뜨악해서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지라는 생각도 든다. 이 이야기속의 일들이
그대로 행해졌더라면 오늘날에는 의료소송감이라고 생각할만한 부분까지도 있다.
그렇다. 이 이야기는 1970년대의 미국 병원을 배경으로 그려지고 있다. 지금과는 아주 많이 다른
상태의 병원인 것이다. 의료 과학부분에서의 발전을 생각한다면 그때 당시는 원시인이나 다름 없는 그러한 시대라고도 볼 수 있다.
만성질환과 치매를 앓고 있는 노인들을 '고머'라고 부르면서 그들에게 치료 아닌 치료를 하는 인턴들.
그들은 아직은 제대로 된 의사라고 할 수는 없으며 여러가지 과정을 거치고 또 환자들을 보고 치료함으로 의술을 익혀가는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수련의들이 있는 병원이 바로 그러한 곳이다.
당연히 그들에에게 있어서 실수는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보아야 한다. 목숨이 오갈 정도로 중대한
환자가 아닌 경우에만 실습이 행해질 것이고 그것도 전부 어텐딩들의 관리감독하에 이루어진다고 보면 된다. 그들은 고머들을 무시하며 조금은 자신의
멋대로 처치를 하는 경향을 보인다. 인간 이하로 무시하는 모습도 얼핏 보인다.
물론 의사라는 직업이 그때나 지금이나 결코 쉬운 것은 아니기에 그들도 힘들어 함을 보여주지만 그래도
그들의 태도는 무례한 면도 있다. 무모한 점들도 보인다. 자신들이 맡아야 하는 환자들을 다른 과로 돌리는 경우도 많다. 일단 자신들에게 들어오는
환자가 많다보니 어느정도는 정리가 되어야 하기도 한다. 그런 행동의 자연스러움을 위해서 그들은 자신들의 성을 이용하기도 한다. 지금에도 이런
일이 행해진다면 큰일 날 일이지만 말이다.
읽어가면서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아프면 안된다이다. 내가 만약 병원에 갔을때 누군가가 이런 식으로
대한다면 일단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이기 때문에 의사에게 모든 것을 전적으로 맡길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나를 이런
식으로 대우한다면 내가 가지고 있는 병보다도 병원에서 더 많은 것을 당함으로 더 빨리 죽을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신의 집이 아니라 하우스
오브 데빌. 악마의 집 또는 지옥의 집이라고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너무나도 잘 그려지고 있다.
솔직히 말해서 아흔 넘어 노인이 아무리 병이 발견된다고 해도 그런 몸에 온갖 침습적인 테스트를 하면서
목숨을 연장하려는 의도는 너무하지 않은가 말이다. 그저 자연스러은 것이 가장 좋은 것일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암환자들이 항암치료를 하면서
생기는 부작용때문에 죽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한다. 직접적인 암이 원인이 되기 보다는 말이다. 그런 것을 생각했을 때 병원이 더 무의미할수도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도 자꾸 머릿속에 맴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의술이라고? (275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