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와 그녀의 고양이
나가카와 나루키 지음, 문승준 옮김, 신카이 마코토 / 비채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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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비, 미미, 쿠키, 구로.

 

고양이들도 자신들만의 세계가 있고 그들끼리 통하는 언어가 있다면 아마도 이 소설 속의 이야기들이 단지 픽션만은 아닐 것이다. 자신들이 어떻게 지금의 주인들과 살게 되었는지, 자신의 엄마는 어디 있는지, 자신들과 이웃하는 동물들은 누구이며 주인들의 문제점들을 무엇인지 낱낱이 파악하고 있는 고양이들.

 

흔히 고양이는 영물이라고 했던가. 그 이미지를 그대로 투영시켜서 작가는 고양이들과 그녀들의 세계를 그려내었다. 한편의 애니메이션과도 같은 이야기들. 따스한 파스텔 색감으로 그려진 배경에 하얀 고양이들을 얹어 놓은 그런 이미지. 한없이 보고 있어도 질리지 않을 그런 행복한 이미지가 처음부터 끝가까 이어진다.

 

그녀가 초비를 만난 것은 그날이었다. 이 세상에 단지 나혼자 뿐인 것 같은 그때. 그 누구도 나에게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느끼는 그때 말이다. 친구도 잃고 남자친구라고 생각했던 그 인간도 잃은 그때, 그렇게 운명적으로 초비를 만났다. 그날 초비를 만나지 않았다면 그녀는 어땠을까. 아니 초비는 어땠을까.

 

각각의 고양이들이 저마다 연결이 되어 있듯이 그들의 주인들도 서로 연관이 있다. 직접적으로 또는 간접적으로 얽혀 있는 그녀들의 삶은 흡사 우리 동네를 보는 것 같이 정겹다. 저마다 고민이 있고 사연이 있다. 남들에게는 말하지 못할 이야기들이고 개인적인 이야기들이라도 고양이에게는 편하게 말을 할 수 있다.

 

고양이들이 듣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는가. 그들은 열심히 듣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을 한다. 아무 생각없이 하는 행동이라 할지라도 사람에게는 그들의 몸짓 하나가 그렇게 큰 위안이 된다. 아니 아무 말 없이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해지는 것을 느낄 것이다.

 

내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존재에게 말을 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다고 느껴질까. 아니 그것은 오히려 잘못된 생각이다. 말을 하고 싶어도 상대방이 이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지가 두려워서 말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개인적이라서 말을 하지 못하는 경우는 더 많다. 우리가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는데는 그러한 이유도 포함되어 있지 않을까. 말이 같지는 않아도 같은 마음을 가진 존재라는 것.

 

일일이 산책을 시켜줘야 하고 놀아주어야 하는 개와는 달리 고양이는 지극히 개인적인 동물이다. 혼자서도 잘 논다. 산책이 필요하지는 않다. 소설 속의 고양이들은 누군가에게 의해서 키워진 고양이들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밖에서 사는 고양이들이었다.

 

인간의 손길을 거부하기도 하고 독립적으로 사는 것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어느새인가 사람과 더불어 사는 존재가 된다. 그들의 필요에 따라서 그럴수도 있겠지만 그들도 사람과 살아가는 것을 싫어하지는 않는다는 소리다. 모두에게 다 이런 일이 일어나리라는 보장은 없지만 그래도 한번쯤은 이런 상황을 꿈꿔보게 된다. 비록 현실은 다를지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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