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켈리튼 키
미치오 슈스케 지음, 최고은 옮김 / 검은숲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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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구벌레'라는 단어가 반복해서 쓰인다. 이 벌레는 피부 안쪽에서도 존재하며 온 몸 구석구석에서 숨어있다가 결정적인 때가 이르면 부글부글 한 무리를 지어 나를 공격한다. 장구벌레가 꾸물꾸물거리며 몸 안쪽에 존재한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흔히 쓰는 영어 표현으로 긴장할때 '위속에 나비가 있다 (butterfly in the stomach)'라는 표현을 쓴다. 뱃속에서 나비가 퍼덕거린다는 생각만 해도 왠지 속이 안 좋아지는 느낌이다. 그런 느낌과도 비슷할까.  

 

 

시설에서 자란 조야. 자신이 사이코패스라는 것을 알고 있다. 같이 시설에서 자란 누나가 알려줬다. 남들보다 심박수가 느리고  땀도 거의 흘리지 않는 체질. 무서움을 모르며 감정도 없는 그런 인간. 조야는 어쩌다가 이런 인간이 되어 버린 것일까. 아니 태어날 때는 그렇지 않았는데 엄마가 죽고 시설에서 자라게 되면서 그렇게 변한 것일까. 그렇다면 같은 시설에 있는 다른 아이들은 왜 그렇지 않은 것일까.

 

 

사회적으로 강력한 범죄들이 저질러지면서 어느 새인가 우리는 '사이코패스'라는 말을 쓰고 있다. 사전적인 뜻으로는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뜻하는 말이라고 한다. (두산대백과 검색) 남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일반적으로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 합류하지 못하고 반대적인 성향을 가진 채 살아가는 사람들이랄까. 흔히 말하는 히키코모리도 일종의 사이코패스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물론 그런 사람들이 무조건 흉악한 범죄를 저지르는 대상이 되지는 않는다. 모두는 아닌 것이다. 학자들이 주장하듯이 오히려 그런 성향을 가지고 외골수로 자신이 하고자 하는 연구나 학문에 정진하면 괴짜 소리를 듣는 천재적인 학자도 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하나만 보고 전부를 예단하는 일종의 범죄 아닌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시설에서 같이 친하게 지냈던 친구 우동. 시설을 나와서 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다고 했다. 범죄를 저지르고 교도소에 있다가 이제야 나온 그는 누군가를 죽였다고 했다. 그 소리를 들었을때만 해도 그런가보다 남의 일처럼 흘려들었다. 우동과 내가 하나의 사건으로 연결되기 전까지는 그랬다. 누구보다 친한 형제처럼 지냈던 그와 나였는데 우리는 어쩌다가 이런 인연으로 얽혀 버린걸까. 이제 우리는 어떻게 서로를 보아야 하는 것일까.

 

 

단지 사이코패스를 소재로 삼아서 단순히 범행을 저지르는 것에서 탈피해서 작가는 교묘한 한 수를 감춰두었다. 고양이가 발톱을 숨기고 있듯이, 오통통한 발 속에 잔뜩 숨기고 있다 결정적인 찰나에 확 튀어올라 강하게 날카롭게 할퀸다. 아니 이야기는 처음부터 모든 것을 다 드러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단지 내가 캐치하지 못했을 뿐이다. 모든 것이 다 단서가 된다.

 

[투명카멜레온]에서 잔잔하고 따스함 속에 미스터리를 숨겨놓았다면 이번에는 선혈이 가득하고 두근거리는 심장박동 속에 광기를 숨겨놓았다. 전작에서 느낀 따스함도 마지막에 한스푼 살짝 첨가. 약간의 차이점은 있을지라도 '광기', 이것이 이 작가를 표현할 단 하나의 단어일 것이다. 이 미침의 끝이 어디일지 다음 작품을 기대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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