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열을 하고 말았다.
한방중에 꺼이꺼이 숨을 참으며 우는 소리를 들었다면 분명 그것은 나의 울음소리였을 것이다. [가시고기]에 있어서 2연타로 직격으로 얻어맞아
버렸다. 그나마 가시고기는 내용을 알고 있었으니 마음의 준비라도 하고 있었지 이 책은 아무런 정보없이 그저 표지만으로 집어든 것이였기 때문에
아무런 인식 못하고 얻어 맞은 것이 더 아픈 것처럼 그렇게 갑자기 터져 나온 눈물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아름다운 분홍빛의 벚꽃들이 화려하게 피어나고 그야말로 꽃비가 내리는 아름다운 풍경의 표지. 파란색의
하늘과 그 사이로 살포시 내리쬐는 햇살 그리고 그 꽃비를 맞으며 서 있는 한 여자. 하늘거리는 치마를 입고 색감 고운 스웨터를 입은 그녀의
얼굴은 절묘하게 꽃잎에 가려져서 보이지 않는다.
어쩌면 이 표지를 그린 작가는 이 책을 읽고 나서 일부러 그렇게 딱 맞춘듯이 얼굴의 정면에 꽃잎를
찍어 놓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직 이십대의 한창 이뻐보이고 싶어할 나이의 그녀의 마음을 헤아려서 말이다. 부디 그래주었기를.
그것이 그녀에 대한 작가만의 사랑을 표현하는 것이었기를 하고 바라게 된다.
그저 단순하게 아름다운 사랑이야기일 줄만 알았다. 연인을 벚꽃에 비유한 제목을 보면서도 워낙 벚꽃이
아름다우니까 그렇게 표현했겠지 뭐 라는 단순한 생각 뿐이었다. 생각지 못한 이야기 전개에 조금은 안절부절해버렸다. 그렇게 나가면 안 될 것
같은데 하는 불안감을 감출 수 없었다. 주인공의 선택에 그러면 안돼 라고 애써 손을 내밀어 막아보려 해도 그녀의 선택은 변하지 않았다. 내가
그런 상황에 놓였다 하더라도 아마 그녀와 같은 결단을 내렸을 것이다. 내가 아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떠날 내가 아닌 남을 그 사람을
위해서.
머리를 자르려는 손님과 헤어디자이너로 만난 두 사람. 하루토는 미사키를 보고 첫눈에 반했지만 자신의
처지를 생각하고 선뜻 그녀에게 고백을 하지 못한다. 어쩌다 생긴 사고로 인해서 계기가 만들어졌고 그 기회를 놓치지 않은 하루토. 결국은 연인으로
맺어진 그들에게는 앞으로 화창한 봄날처럼 좋은 일만 가득할 줄 알았다. 그 일이 생기기 전까지는 말이다.
감기도 아닌데 변덕스럽게 끓어오르는 열과 자꾸 늘어가는 흰머리를 보면서 속상해하는 미사키의 모습을
그려놓은 구절을 읽었을 때 깨달았어야 한다. 뒤늦은 후회. 안타까움이 배로 스민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주어진 선물이라고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그렇지 않을수도 있다. 남들과는 다른 시간 앞에서 속절없이 무너지는 미사키. 이들의 사랑이 벚꽃처럼 화려하지만 너무 짧았음을
되새기면서 지나간 추억의 한편으로 고이 잘 접어둔다. 철지난 이불을 접어두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