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묻힌 거짓말 마틴 베너 시리즈
크리스티나 올손 지음, 장여정 옮김 / 북레시피 / 2019년 3월
평점 :
절판


파묻힌 거짓말을 다시 파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것이 파묻힌 사건일때는 더욱 어려운 일이 된다. '묻혔다'는 것은 범인을 잡지 못하고 묻혔을수도 있고 다른 잘못된 범인을 잡아 넣고 끝냈을수도 있는 일이며 범인도 알고 증거도 있지만 비리와 뇌물로 인해서 일부러 묻어 버린 것일수도 있다. 마지막 경우의 사건을 다시 꺼낸다는 것은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폭탄을 안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누구도 그 사건을 다시 꺼내어서 진상이 드러나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경우에는 또다른 사건을 불러오게 만든다.


퇴근길 찾아온 한 남자. 그는 자신의 동생의 사건을 변호사에게 의뢰한다. 살인사건의 범인인 동생이지만 자신은 동생이 저지르지 않았다는 것을 믿으며 무죄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벌써 몇달전의 사건이다. 거기다 동생은 이미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그러므로 이 사건은 끝난 것이고 파묻힌 것이다. 그것은 이 남자는 다시 꺼내달라고 부탁하고 있는 것이다. 한장의 기차티켓을 증거로 내밀면서 말이다. 


동생이 살인사건의 장소에 있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것이라지만 지정좌석제도 아니고 동생의 이름이 적혀진 것도 아닌 평범한 티켓으로 알리바이를 삼기란 불충분하다. 무언가 더 결정적인 것이 있어야 한다. 퇴근을 서두르던 그는 일단 한번 살펴보겠다며 남자를 보내게 되는데 이 의뢰를 과연 받아들이게 될까.


변호사 마틴 베너 시리즈의 첫번째 작품. 변호사 베너와 기자와의 인터뷰를 시작으로 이야기는 전개된다. 자신이 겪었던 일들을 담담히 털어놓는 베너. 그는 자신이 이 사건을 조사하게 되면서 어떤 어려움을 겪었는지를 낱낱이 이야기하고 있다. 다섯건의 살인사건을 저지른 범인. 처음 조사에는 극구 자신이 저지르지 않았다며 범행을 부인하던 그녀가 두번째는 180도로 마음을 바꿔서 모든 것을 인정해버리고 말았다. 


정말 자신이 저질렀기 때문에 그렇게 한 것일까 아니면 누군가에게서 무언의 압박을 받았던 것일까. 베너는 이 사건에 한발을 살짝 들여놓고 맛만 보려고 했지만 어느틈엔가 사건은 그를 쭈욱 빨아들였다. 조금씩조금씩 그를 집어 삼키던 이 사건은 결국 그를 몽땅 집어 삼켰다. 온몸이 빠져버린 그. 이제 남은 것은 단지 얼굴뿐이다. 이 얼굴을 잘 살려서 사건의 늪에서 빠져나올 것인가 아니면 얼굴까지 잠기고 자멸할 것인가.


오랜만에 만나는 스웨덴 소설. 익숙한 지명들이 반가움을 더한다. 범인의 자살, 누명, 사건의 재조사. 기존의 장르소설들과 비교해 보아도 그리 특별할 것 없이 보이는 이 이야기가 매혹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아마도 일반적이지 않은 캐릭터 때문일 것이다. 변호사를 주인공으로 해서 이끌어가는 범죄이야기. 나카야마 시치리의 미코시바, 마이클 코넬리의 미키할러는 모두 변호사가 주인공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시리즈다. 작가 크리스티나 올손도 마찬가지로 자신만의 변호사 베너를 만들었다. 


다른 변호사들과 비교한다면 일단 미국과 스웨덴을 모두 경험해서 좀더 넓게 볼 줄 안다는 점이 있고 죽은 동생의 딸을 입양해서 키울만큼 책임감도 있지만 여자 문제에 대해서 조금은 자유롭고 싶어했고 아마 이 사건이 끝난 이후로 여자친구이자 같이 일하는 루시와의 관계에도 변화가 올 것임이 틀림없다. 


사건을 맡아서 수사를 하는 변호사들은 거의 항상 대부분 위험에 놓여있다. 그것이 파묻힌 사건을 다시 꺼내어 수사를 하는 경우라면 더욱 그러하다. 자, 마틴 베너 시리즈는 이제 시작이다. 다음에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것인가. 참고로 1편의 이야기는 아직 완전히 마무리 되지 않았다.


젊은 남자 하나가 사무실로 찾아와 부탁들 했다. 죽은 여동생의 누명을 벗기고 사라진 조카를 찾아달라고 했다. 처음엔 마지못해서였지만 나중에는 내가 이 사건에 점점 빠져들었다. (42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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