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열대어 케이스릴러
김나영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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컵에 물을 담고 빨간물감을 조금 떨어뜨려봐. 약간 흔들어 주면 짜잔~ 붉은 열대어 모양이 완성되지. 지난 2년동안 병원에 누워있었다고 했다. 그건 이해할 수 있다 쳐도 그 이전의 기억조차도 나지 않는다. 뇌가 녹아버린 모양이다. 지금 29살의 나, 이서린의 기억은 25살에 머물러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의식을 되찾고 가장 먼저 마주한 얼굴은 간호사였다. 당연히 가족일줄 알았던 그 다음은 형사의 얼굴이 대신했다. 형사는 무엇이 생각나느냐고 했다. 내가 기억하고 있는 모든 것이 중요하다는 소리다. 그러나 내 기억속에는 그 무엇도 들어있지 않다. 남편은 , 한태현은 어떻게 된 것일까. 


남편은 나와 함께 뛰어내렸다고 했다. 그 결과 병원에 오래 있게 된 것이라고. 그가 뛰어내린 그러니까 자살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형사는 그가 자신들이 살았던 곳에서 연쇄적으로 벌어졌던 세건의 살인에 대한 범인이라고 이야기해주었다. 결국 나는 모든 것의 증인이 되는 셈이다. 내 기억속에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지만 말이다. 정말 그가 세명의 여자들을 모두 죽였을까. 둔기로 내리치고 목을 졸라서 말이다. 


한번도 남편을 의심해본 적 없습니까? (40p)


아내 이서린 남편 한태현, 그의 동생 한정호 동생의 애인 희주, 남편의 친구 강준성과 그의 동생 강윤성. 딱 여섯명의 사람들의 이야기가 얼키고 설켜서 맞물려있다. 모든 결과에는 원인이 있는 법. 사건도 마찬가지다. 이 모든 살인사건에는 반드시 그렇게 된 원인이 있다. 그 원인을 제공한 사람은 누구일까. 범인이 직접 그 원인이 이유라서 범행을 저지른 것일까 그것이 아니라면 다른 어떤 요인이 더 있고 범인은 단지 그 원인을 해소하기 위해서 저지른 것일까. 


이야기 자체는 복잡하지 않게 꼬여있지만 그렇다고 느슨하지도 않다. 충분히 이해할만한 속도로 흘러가고 있다. 너무 빨리 휭하고 지나버려서 주위 경관을 전혀 볼 수 없는 그런 빠르기도 아니고 너무 느려서 속이 답답해질만큼도 아니다. 적당한 빠르기로 목적지를 향해 가면서 주변 경치까지도 충분히 즐길만한 속도로 움직인다. 


스케일이 마구 크거나 스펙터클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소재 자체가 우리가 너무나도 많이 보고 듣고 있는 것과 똑같기 때문에 충분히 공감요소가 만들어진다. 그렇게 생각할만도 하다고 고개가 끄덕거려진다. 초창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처벌을 받지 못한 않은 것이 어떻게 더 큰 사태로 커지는지 우리는 지금 한 가수의 사태를 보면서 잘 알 수 있지 않은가. 비슷한 맥락의 이야기가 존재한다. 남에게 피해를 주는 일은 남의 육체나 감정을 상하게 하는 모든 사건들은 발생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큰 바람일 것이다. 어른에게나 아이에게나 말이다. 


아이들뿐만이 아니라 선생들까지도 소녀가 '원인제공자'라고 더들었다. 결국 학교는 피해자인 소녀를 내몰았다. 가해자인 소년들에겐 용서라는 관용을 베풀면서.(17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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