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마 탄두리
에르네스트 판 데르 크바스트 지음, 지명숙 옮김 / 비채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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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어머니도 실은 통행증을 필수로 지참하고 다녀야만 할 사람이었다. 성명, 생년월일과 아울러 "당신의 행복한 삶을 위해서라면 가능한 신속히 이분의 곁을 벗어나십시오"라는 경고문이 명시된 통행증.(88p)


아이고 오마니! 이런 소리가 절로 나오는 엄마가 바로 여기 계신다. 에른스트의 엄마가 나의 엄마였다면 내가 매우 힘들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엄마의 1호 무기는 바로 밀방망이다. 누구든 한번 이상은 날라오는 것을 맞게 된다. 혹시 운 좋게 그것을 피했다 하더라도 2호, 3호가 언제나 더 준비되어있다. 그 다음에는 아마도 슬리퍼가 날아올 것이다. 


엄마는 무대뽀다. 그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거칠 것이 없으시다. 장애가 있는 아들을 데리고도 당연히 그 정신이 발휘된다. 우리아이가 장애가 있어요를 자랑스럽게 내밀며 자신이 얻을 수 있는 이익은 철저하게 챙긴다. 어떻게 보면 눈살 찌푸릴 수도 있겠지만 작가는 유쾌하게 사건사건을 풀어 놓았다. 작가의 인생에 엄마가 없었더라면 너무나도 심심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런 엄마가 있었기에 작가는 이런 소설을 쓰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자신의 이야기. 자신의 엄마의 이야기. 자신의 가족들 이야기를 조금씩은 허구를 섞어서 더 크게크게 부풀려 놓은 이야기. 분명 조그마한 쌀 알갱이를 넣었는데 펑하고 튀어나온 것은 어마어마한 양의 뻥튀기처럼 말이다. 그래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은 말 그대로 즐거움이다. ㅋㅋㅋㅋ 이 표시가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그런 퍼니함 말이다.


인도에서 여행가방 두개에 온갖 귀금속을 가득 담아서 네덜란드에 도착했다. 병원에 딸린 기숙사에 짐을 풀고 바로 간호사 근무를 시작한 엄마다. 인도 출신 엄마가 네덜란드에서 살아가면서 아이를 낳아서 키운 이야기는 어떻게 보면 흔하게 보는 다문화가족의 이야기 같지만 성격 독특하신 엄마로 인해서 끊임없이 벌어지는 사건들은 그야말로 우리나라의 인생극장같은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방불케한다. 


어디서 이런 일들은 자주 벌어지는지 장애를 가진 아들을 데리고 낫게 해보겠다고 치유여행에 동반하는가 하면 연기를 하는 이모부에 아들을 달리기 선수로 키우기 위한 노력까지그야말로 억척스러운 엄마의 전형적인 케이스다. 


엄마는 아들에게 모든 것을 걸었다. 하지만 자식이라는 것이 언제나 엄마의 기대와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기 마련이다. 그녀의 인생이 산산조각이 나 와르르 무너져버렸다. 작은형은 무슬림과 결혼을 했는가 하면, 나는 학업을 중간에 포기했다. 게다가 아쉬르바트 형은 그 상태 그대로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을 터였다. (224p)


어머니의 또 하나의 꿈. 하지만 어머니의 어느 꿈도 실현되지 못하고 말았다. (258p)


엄마는 자기 자식뿐 아니라 나아가서는 인도의 아이들까지도 챙기고 싶어하셨다. 가난한 나라. 아이를 업은 나이 어린 엄마들. 그런 아이들까지도 엄마는 다 돌봐주고 싶어하셨지만 끝내 엄마의 꿈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아니 그것은 너무나 원대한 꿈이어서 이루기 어려웠는지도 모르겠다. 그 엄마의 꿈을 작가인 에른스트가 이루어주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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