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탕에서 생긴 일 비채×마스다 미리 컬렉션 1
마스다 미리 지음, 홍은주 옮김 / 비채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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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천으로 유명한 구마모토 지역의 벳부를 중심으로 다케오, 유후인, 사가 등 여러 지역을 다니면서 온천 투어를 다녀온 적 있다. 3박4일의 일정동안 하루에 한번은 꼭 목욕탕에 들렀으니 총 4개의 목욕탕을 경험한 셈이다. 화산지대여서  온통 수증기를 내뿜는 신기한 마을들. 


100엔을 넣으면 다시 돌려주면 라커가 있는가 하면 10엔을 넣고 환불이 없는 그런 라커가 있는 목욕탕도 있다. 크기도 제각각이고 온천물의 효능도 제각각이다. 아니 우리는 온천이라고 칭하지만 그들의 입장에서는 그냥 동네 목욕탕일수도 있다. 관광객보다는 거주민들이 더 많은 목욕탕들. 이야기를 읽으면서 내내 그 때 그 목욕탕들이 생각났다.


한국에서는 아파트 문화가 일상이 되고 집집마다 샤워시설이나 욕조가 있어서 옛날만큼 목욕탕에 자주 가지 않는 편이다. 목욕탕보다는 찜질방이라는 이름으로 대체되고 있기도 하다. 그래도 가끔은 겨울이면 뜨끈한 수증기가 가득 차 있는 목욕탕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비록 옷을 많이 껴입어야 하고 그래서 벗는 것도 껴입는 것도 힘들긴 하지만 말이다.


욕조에서는 별의별 종류의 사람들이 다 있다. 저마다 자신만의 가장 편한 방법을 찾아서 휴식을 취하는 셈이다. 이 그림을 보자마자 어? 난데? 하고 바로 공감했다. 사람들이 없을 구석 자리를 찾아서 편하게 몸을 뉘이고 동실동실 떠있기. 가장 좋아하는 자세다.


수많은 공감요소들이 가득한 책임에도 불구하고 일본과 우리나라의 차이점을 엿볼수도 있다. 아마 위와 같은 경우가 한국에서 있었다면 바로 난리가 나지 않았을까. 아줌마들이 남탕이나 남자 화장실을 청소하는 것은 당연하게 생각하는 편이지만 반대의 경우는 절대 불가한 이야기다. 


하물며 목욕탕 옷갈아입는 곳에서는 옷을 입지 않은 아줌마와 할머니들이 카운터의 남자와 스스럼없이 이야기를 한다. 작가는 그것을 보면서 대단하다고 생각하면서 자신도 나이가 들면 그렇게 될까 하고 생각했다지만 한국적인 정서로는 조금은 이해하기 힘든 이야기가 아닌가. 그럴지라도 비슷한 부분들은 꽤 많은 편이다. 


겨울에 목욕탕을 나오면 집에 오는 길에 머리가 가닥가닥 얼어서 고드름이 되었었다. 어린 시절 엄마따라 목욕탕에 가본 사람이라면, 엄마가 너무 빡빡 밀어서 벌개진 피부를 보고 울상이 되어 본 사람이라면, 더운 목욕탕에서 시원하게 목욕을 끝내고 바나나 우유를 한모금 해본 사람이라면, 아니 목욕탕이라는 곳에 한번이라도 가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이야기. 그것이 바로 이 여탕에서 생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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