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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가 잠든 집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9년 2월
평점 :
지금 집에, 저희 집에 있는 제 딸은 환자입니까? 시체입니까? (384p)
얼마전 수영장에 아이가 빠졌던 사건이 있었다. 이 책의 앞부분을 읽으면서 그 사건이 자연히 떠올랐다. 소설은 픽션이지만 현실의 사건을 기반으로 해서 쓰여지는 이야기라는 것을 증명하는 셈이다. 이 이야기의 소녀는 그렇다치고 현실의 그 아이는 어떻게 되었을까.
히가시노 게이고다. 이름만으로도 내용도 보지 않고 책을 사는 독자들이 있을 정도이니 당연히 이름값을 하는 작가다. 장르소설로 유명하다. 살인이나 범죄가 일어나고 그 사건을 풀어나가는 형태의 이야기들이 많다. 물론 [나미야 잡화점] 같이 범좌와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에도 탁월한 역량을 보여준다. 이번에는 어떨까.
그저 평범한 날이었다. 엄마와 이모와 할머니와 수영장에 놀러간 아이는 그날이 마지막이었다. 건강하게 살아서 말하고 뛰어 놀던 것은 말이다. 엄마가, 할머니가 잠깐 보지 못한 사이 아이는 수영장에 빠져있었다. 손이 끼었다고 했다. 물속에서 너무 오래 있었던 나머지 뇌기능이 정지되었다고 한다. 뇌사다.
차라리 피범벅에 심장이 멈췄다고 한다면 부모의 마음은 오히려 더 편할지도 모르겠다. 겉으로 보아서는 멀쩡한 아이. 누가 보아도 그저 잠을 자고 있는 것으로만 보이는 아이. 하지만 기계의 도움을 받아야지만 숨을 쉴 수 있다. 그것을 알면서도 부모는 차마 결단을 내리지 못한다. 의사는 뇌사를 주장하며 장기이식을 권유한다. 부모는 어떠한 결론을 내려야 하는가.
의식이 없으니 당연히 의사소통도 할 수 없고 그저 생명 유지 장치의 힘으로 목숨만 붙어 있는 아이를 계속 돌보겠다는 건가요? 비용도 엄청나고, 자신만 힘든 것이 아니라 주위 사람 모두에게 페를 끼치는데도요? 그런 상황에서 과연 누가 행복할 수 있을까요. 부모의 자기만족이라고 생각하지 않나요? (30p)
작가는 결국 극단적인 상황을 통해서 독자의 결단을 기다리고 있을수도 있다. 당신이 이러한 상황에 놓인다면 당신의 선택은 어떠하겠는가 하고 말이다. 러시안 룰렛게임이 아니다. 이거 아니면 저거 하는 식으로 찍기도 할 수 없다. 한번의 선택은 다른 사람의 인생을 그야말로 그날로 스톱시켜버릴수도 있는 것이다. 물러 버릴 수 없는 선택. 그렇다고 나의 인생을 선택하는 것이 아닌 다른 사람의 인생, 그것도 나의 아이라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해야만 후회가 남지 않을 것인가.
세계적으로 이식대기자는 많다. 그들은 모두 다른 사람의 장기가 생기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인공장기나 동물의 장기를 이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아직까지 완벽하지는 않다고 한다. 같은 인간의 장기가 가장 적합한 것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당연한 이치다. 수요에 비해서 공급은 크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것은 인간의 욕심 때문인걸까 아니면 지극히 당연한 인간의 이기심 때문인걸까. 장기이식과 뇌사 그리고 과학기술까지 여러 장르에 걸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는 명확하다. 작가는 독자들에게 결정권을 넘겨주었다.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는 바로 당신의 몫이다.
뇌사가 확인되면 그 사람은 죽은 걸로 간주되니 살인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럴 경우에는 심장이 아직 움직인다 해도 사체로 취급합니다. 정식으로 뇌사 판정이 내려지는 시각을 사망 시각으로 보고요. (57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