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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약 - 미술치료전문가의 셀프치유프로그램
하애희 지음, 조은비 그림 / 디자인이곶 / 2018년 12월
평점 :
분명 컬러링 북이기는 하지만 패턴이 딱 짜여져 있다거나 외곽선이 딱 떨어진다거나 하는 맛은 덜한 대신 소박함을 살렸고 정겨움을 주면서 추억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책이 바로 이 [보는약]이다. 약이라면 거부감부터 드는가. 이 책은 정말 그대로 마음의 상처에 약을 발라주듯이 살포시 덮어주는 그런 효과를 가지고 있다. 이름이 거창하지 않다는 뜻이다. 거기다 이 보는약 프로그램은 특허권을 가지고 있다고 하니 이 얼마나 대단한 효능인지 인정받은 느낌이 들지 않는가.
보는약은 총 3개의 포장단위를 가지고 있다. 가족 20매, 놀이20매, 그리운 이야기 20매. 총 60개의 그림들은 자기의 증상에 맞춰서 그려주면 된다. 보는약의 대상이 어느정도 나이대가 있다보니까 그리운 이야기 편에서는 요즘 사람들은 전혀 알지 못할 그런 옛적인 것들이 보인다.
'아이스케키'라던지 난로에 도시락쌓기 거기다 '얼룩무늬교복'과 '장발'과 '미니스커트' 단속, ' 물펌프'에 '버스안내양'까지 지금은 어디서도 볼 수 없고 전시회나 박물관에서나 할머니의 옛이이야기 속에서나 존재하는 것들이 자리잡고 있다. 나이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자신의 옛생각을 떠올리는 그런 그림들일 것이다.
컬러링북이기는 하지만 여러가지로 활용할수 있음을 보여준다. 단순히 색칠만 하는 것이 아니라 배경에는 콜라쥬 기법을 사용해서 종이를 뜯어붙여도 좋고 그림들을 복사해서 잘라서 오려서 붙여서 실제적인 느낌을 주어도 좋다는 것이다. 여러가지 방법으로 활용 가능해서 더욱 재미나게 사용할 수 있는 보는약이다.

여러 그림 중에서 내가 선택한 것은 가족 편에 있는 <엄마품의 자장가>였다. 연년생으로 태어난 동생 덕분에 엄마품에 안겨본 적이 기억에 없다. 집에 일하는 언니가 두명이나 있어서 그 언니들이 업어주기는 했겠지만. 오히려 커서는 길에서 잘 쓰러지는 통에 엄마한테 전화해서 엄마가 업고 집에까지 온 날이 들이 더러 있다. 가뜩이나 키도 큰 아이를 엄마는 어떻게 업고 왔을까. 그림속 아이의 모습이 너무나도 평안해 보인다.

사실 컬러링북을 몇개 가지고 있으면서도 자주 꺼내지 않은 것은 무슨 색을 칠해야 할지 생각하는 것이 어려워서였고 금손들이 너무나도 많아서 이쁘게 칠한 그림들을 보면 기가 죽는 까닭도 하나의 원인이었다. 곰손인 나는 그들을 쫓아하기보다는 그저 내 맘 편한대로 칠하기로 작정했다. 그리고 나니 컬러링북의 압박이 조금은 덜어짐을 느낄수가 있었다.

이쁘거나 안 이쁘거나 간에 내가 만족하고 내맘을 달래주었다면 그것으로 만족하는 것이 컬러링이 아니던가. 이 하나의 그림을 칠하면서 까만 머리였을 당시의 엄마모습을 생각했고 하얗게 세어비린 그 세월이 안쓰러웠고 그래도 엄마가 아직 곁에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엄마품에서는 그 어떤 아이도 조용히 잠들것만 같은 그런 밤. 슥삭거리는 색연필의 소리만 가득한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