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어라, 내 얼굴 슬로북 Slow Book 4
김종광 지음 / 작가정신 / 2018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버리지도 못하고, 좋은 일에 쓰지도 않으면서, 나는 왜 책들을 질질 끌고 다니고 있는 것일까. 소유는 곧 집착이라는 말이 나한테는 참 지당한 말이다. 책마다 내 집착이 묻어있다. 책 한 권을 꺼내면 그 책의 내용은 가뭇해도 그 책을 소유하게 되었을 당시의 감정이 되살아나는 듯 하다. (211p)

짧은 글들이 인상적으로 다가오는 에세이 한편. 작가의 글은 [놀러 가자고요]라는 소설을 통해서 처음 접한 적이 있고 이번이 두번째이지만 에세이로는 처음 마주하게 된다. 자신의 가족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1부 <가족에게 배우다>를 시작으로 <괴력난신과 더불어>라는 묘한 제목의 2부, 기념일들은 소재로 해서 글을 쓴 3부와 마지막으로 <읽고 쓰고 생각하고>라는 주제의 4부로 구성되어 있다. 

자신의 가족 이야기를 그린 1부도 꽤 재미나게 읽히는 편이나 가장 인상적인 것은 아무래도 3부였다. <무슨 날>이라는 제목이 일단 눈길을 끈다. 이게 무슨 뜻이람. 부담스러운 날이라는 제목으로 쓰인 첫번째 글을 읽어보고 바로 알았다. 소위 말하는 ~날들에 관한 이야기다. 달력에 항상 표시되어 있는 공식적인 국경일이나 기념일도 소재로 잡고 자신의 생일이나 기타 개인적인 기념일도 소재로 잡았다. 

흔히들 쓸 거리가 없다고 말한다. 글을 쓰고 싶으나 무엇에 관해서 써야 할지 모르겠다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이런 주제를 던져주면 어떨까가 하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든다. 달력에 표시되어 있는 수많은 날들 중에는 광복절이나 한글날처럼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날들도 많지만 작가가 쓰고 있듯이 환경의 날이나 법의 날 같이 대중적이지 않은 날들도 있다. 
작가는 만우절이라는 명칭대신 <거짓의 날>이라는 제목을 써서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고 있다. 만우절이라는 명칭을 제목으로 그대로 잡았다면 훨씬 더 재미없고 딱딱한 이야기가 되어버렸을 수도 있다. 그것을 한번 틀어서 접근하는 방식이다. 역시 이런 면에서 또 한번 글을 쓰는 방법을 배워간다. 

소설의 작법은 일부러 책을 찾아서 배우고 또 많은 연습을 필요로 해야 하는 것이지만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글을 쓴다는 것은 이런 에세이집에서 조금씩 배워갈 수 있는 것이다. 신변잡기적인 일들이 무에 그리 중요할까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을수도 있곗지만 그래도 우리가 에세이를 읽어야 하는 이유가 될 수도 있다. 

작가의 이야기들 중에서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것은 또 있다. 사람들이 책을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라는 부분이다. 이 부분은 비단 작가 뿐 아니라 다른 작가의 책에서도 읽은 적이 있다 ([고민과 소설가] 중에서). 공통점이 있다면 그 책도 이 책도 한국 작가의 생각이라는 것인데 작가들의 주장처럼 한국 사람들은 정말 책을 많이 안 읽을까. 그렇다면 같은 고민을 다른 나라 작가들은 하지 않을까 하는 궁금증이 든다. 

일본사람들이야 워낙 책을 많이 읽는 편이긴 하지만 그들의 책을 보면 정말 작고 문고판들이 많다. 구태여 양장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는 약간 책값이 싸지 않을까. 유럽이나 기타 나라들은 책이 비산 편이다. 거기서도 페이퍼북이 많이 팔리는 편인데 종이질은 좋지도 않으면서 비싸다. 그렇게 본다면 한국의 책들은 상당히 잘 나오는 편인데도 불구하고 왜 사람들은 안 읽을까. 한국 작가들의 책은 다 재미가 없는 것일까 하는 생각을 작가에 이어서 나도 같이 하게 된다. 

예전에는 북페스티벌에서 싸게 나오는 책들을 사겠다고 일부러 캐리어를 끌고 오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도정제가 실시되고 난 이후로 그런 재미나는 장면들은 볼 수 없게 되었다. 현장에서 사나 온라인으로 사나 차이가 없기 때문에 굳이 무겁게 책을 사서 가는 사람들도 없다. 도정제는 정말 바람직한 것일까도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국방부 불온서적>이라는 제목도 재미나다. 교도소에 살인을 소재로 한 스릴러들은 당연히 못 보낼테니 그런 곳에서 금지되는 것은 알겠지만 국방부들이 금지한 책은 어떤 책들이 있을까 궁금해진다. 작가는 직접 어떤 책이라고 제목을 명시해두지는 않았다. 하지만 호기심이 아주 살짝 드는 것은 사실이다. 대체 무슨 이유로 불온서적이라는 딱지가 붙은 것일까?

한 권의 책으로 인해서 한 편의 글로 인해서 생각이 많아지는 하루가 되었다. 그렇지만 작가도 마지막에 자신의 표제작을 실어놓았듯이 웃어보자. 무슨 고민이 있든지,무슨 생각이 많아 있든지 일단 웃는 얼굴이 가장 이쁜 법이다. 제목부터 기분 좋아지는 한 권의 책, 웃어라 내얼굴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