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타맨
슈테판 보너.안네 바이스 지음, 함미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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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끝났다. 5년 동안이나 만나왔던 사람이었다. 한때는 함께 미래를 할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이었다. 14년동안이나 대학생으로 살아오는 남자. 행정이 바뀐 탓이라고는 하지만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살아오는 인생. 거기다 맞지않는 성격까지. 두번 다시 생각할 것도 없었다. 내 연애는 끝이다.


연애는 연애로 잊혀지는 것이라고 했던가 같이 사는 룸메이트는 소개팅앱을 사용해라, 댄스교실을 나가라는 등 끊임없이 남자를 주선해준다. 결과는 말짱 꽝 꽝 . 어디서 희한한 남자들만 몽땅 모아놓은 냥 내 연애는 왜 이런거냐고 소리지르고 싶다. 일때문에 갔던 도서전에서 우연히 만났던 이상형은 오해로 인해서 멀어져버리기만 하고. 


분명 소설일 것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안네와 슈태판의 입장에서 교차로 쓰여지는 이야기는 어? 라는 소리와 함께 저자에 관한 설명을 다시 읽어보게 만든다. 등장인물과 같은 이름 그리고 같은 직업. 이것은 소설인 척 소설이 아닌 하이퍼 리얼리즘이 끝판왕이라고 적힌 책 표지의 문구가 딱 들어맞는 이야기다.


이야기속에서만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등장인물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도 웃기지만 그들의 삶을 좇아가다 보면 이보다 더 웃길수는 없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아니아니 그냥 웃기기만 한 것이 아니다. 어떻게 보면 실제로 우리 주위에서 충분히 일어날만한 이야기인데 요런 맛을 제대로 살린 것은 번역자의 역할도 단단히 한몫 했겠다 하는 생각이 든다. 


전혀 다른 한 여자와 한 남자. 그들의 연애 이야기가 아니다. 각기 다른 그들이 일로 인해서 맞부딪히면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그려놓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찌나 공감을 하게 되는지. 독일 사람들이라고 특별히 우리네와 살아가는 것이 다르지는 않다. 생각하는 것이 다르지는 않다. 어디서나 비슷한 또래의 사람들이 사는 곳은 다 비슷한 법이다. 


특히 중간중간 삽입된 문구들은 더욱 공감을 자아낸다. 반려자와 함께 하는 남자들은 혼자살 때보다 가사노동을 덜하고 반대로 여성들은 혼자 살 때보다 더한다.(354p)는 부분도 마찬가지다. 유럽 남자들이라고 별다를 것은 없는 법인가 보다.


여자친구의 임신으로 인해서 곧 아빠가 되려는 슈테판. 그는 아버지 없이 할머니와 어머니의 손에서 자라서 남자가 어떤 것인지를 정확히 모른다. 아는 바가 없다. 이제 자신이 아들의 아빠가 될까봐 두려움에 떨고 있다. 보통의 남자들보다는 섬세한 편이고 여자에 대한 이해도는 빠르나 남자들의 세계는 공감하기 어렵다.


오래된 연애를 끝내고 룸메이트와 함께 살고 있는 안네. 룸메이트는 애인과 함께 나갈 것이고 이제 그는 새로운 동거인을 맞이할 판이다. 그것도 남자. 그녀는 어떤 인생을 꾸리게 될까. 여자라고 해서 못하는게 없어야 한다는 아버지의 가르침에 따라 혼자서 척척 해내는 알파걸 안네. 그녀가 생각하는 남자는 어떠한 존재인가.


분명해진 것은 내가 원래 찾고 싶은 타입은 알파맨이면서도 함께 어울려 뒹굴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다.(134p) 


그는 잘 생겼을 뿐 아니라, 재치도 있다. 믿을수 없다. 내가 내내 꿈꿔온 남자가 바로 이런 남자였다. 나를 웃게 만들고, 나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보여주는 남자.(279p)

안네가 생각하는 이상형은 딱히 이상하지 않다. 분명 어떤 여자라도 꿈꾸는 그런 이상형일 것이다. 실제로 그녀는 자신이 바라던 이상형과 연애를 하기도 한다. 단 그를 알기전까지만 그랬을 뿐이다. 같이 살다보면, 알아가다 보면 그도 다른 남자들과 별다를 것 없다는 것이 보이며 단점들이 눈에 들어온다. 모든 것이 완벽한 사람은 없는 법이다.


알파걸인 한 여자와 미워할수 없는 베타맨이 같이 일을 하게 되면서 발생하는 이야기들. 그들의 삶을 엿보면서 같이 공감하고 같이 웃을수 있는 이야기들. 극히 사실적이어서 공감하지 않는 것이 더 어려운 이야기들. 소설보다도 더 재미난 그들의 삶은 "동감!!!!" 이라는 말을 저절로 외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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