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디머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6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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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모든 것이 딱 들어맞는다. 체인으로 연결된 팔찌에서 딱 한 고리가 빠졌었는데 그 고리를 찾은 것이다. 이제 그 고리를 제자리에 연결하고 앞뒤로 연결해주면 완벽한 팔찌가 되듯이 요네스뵈의 해리 시리즈 또한 이제 완전한 모습을 이루고 있다. 


모든 시리즈를 처음부터 차례대로 읽을 필요는 없지만 이 작품만큼은 제발 차례를 지켜서 읽어달라고 말하고 싶다. [데빌스스타]를 먼저, 그리고 [리디머], 이후에 [스노우맨]을 읽으라고 말이다. 이 책 한권만으로도 요네스뵈의 해리는 충분히 재미나고 옴팡 빠져들 수밖에 없는 구조지만 전작을 읽고 나면 해리의 상태가 지금 어떠한지, 그를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는 어떠한지를 알게 되고 연결해서 이 책을 읽으면서는 드라마의 다음 시즌의 에피소드를 보는 것처럼 더욱 큰 재미를 누릴수 있다. 


한국에서 가장 먼저 소개된 작가의 [스노우맨] 또한 마찬가지다. 그 책 한권으로도 충분히 재미를 추구할수 있지만 이 책을 읽고 난 이후 다시 책을 읽게 되면 처음에 단독으로 읽었을때 이해하지 못했던 해리의 생각이라던가 행동이라던가 하는 것들이 훨씬 더 잘 이해가 된다. 역시 이런 장면들이 있기에 가능했던 일인 것이다. 


[리디머]에서의 해리는 다른 어떤 이야기 속에서보다 명료한 의식을 내보이고 있다. 술에 찌들지도 않았고 어디가 아프지도 않으며 몸에 어디 한 곳 상처 난 곳도 없다. 단지 전작에서 동료이자 라이벌이었던 그와의 관계때문에 조금 마음이 무거울 따름이다. 


그의 독단적인 성격은 여전히 그대로이다. 자신을 인정해주던 상사가 물러나고 새로운 상사가 등장을 한다. 약간은 삐걱거리는 듯이 보이는 그들 사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어떻게 변화해갈지는 이미 후속작을 읽은 사람들만 알수 있는 특권이다. 


오직 한명 좋아했던 여자 라켈과 그의 아들 올레그와의 관계는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상태이다. 라켈은 벌써 다른 사람인 의사와 사랑에 빠진듯 하고 올레그는 여전히 그를 그리워하고 있는듯이 보인다. 그들과의 관계는 마치 이혼한 전 부인과 같은 느낌이다. 아이는 아빠를 그리워하고 부인은 남편을 멀리하고 다른 남자를 만나는 것 같은 느낌이 바로 이런 것일까. 


올레그에게 해리가 아빠가 되어 주었다면 이후에 생길 일들은 벌어지지 않았을까. 하지만 엄마 입장에서 위험한 남자인 해리를 가까이 할수 없음이 백번 이해되고도 남음이 있다. 결론이 어떠하던지 말이다.


단 한번, 마지막 기회였다.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그는 총을 들었다. 그리고 총을 당겼다. 자신이 원했던 표적물이 쓰러졌고 그는 유유히 사건현장을 떴다. 모든 것이 생각한 대로였다. 나와서 총을 버리고 그대로 공항으로 가서 비행기를 타고 떠나면 되는 일이었다. 사건은 저질렀는데 총을 버려야 하는 쓰레기통에는 보는 눈이 있어서 총을 못 버린 것이 첫번째 실수였고 공항으로 갔지만 눈 때문에 비행기가 뜨지 못한 것이 두번째 실수였다. 


이 두 번의 실수 아닌 실수는 치명적으로 그에게 다가오게 되는데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사건을 저질렀지만 노르웨이 말을 할 줄도 읽을 줄도 모르는 그는 어떻게 이 사건을 대처할 수 있을까. 그를 찾아오는 형사들을 어떻게 막아낼 것인가. 말도 통하지 않는 오슬로 땅에서 갇혀버린 그는 무사히 탈출해서 자신의 나라로 돌아갈수 있을까.


요네스뵈의 책을 읽은 사람들은 재미는 있지만 약간은 어렵다라는 말을 많이 한다. 특히 그것은 [레드브레스트]나 [레오파드]에 있어서 더욱 심했는데 이번 [리디머]를 읽는 사람들이라면 그 말은 절대 하지 않게 될 것이다. 철저히 사건 하나에 주목해서 집중하게 만들어 재미와 흥미를 추구했다. 


범인이 어떻게 이런 일을 시작했는가에 대한 역사적인 배경이 나오지만 길지 않은 이야기로 인해서 절대 흥미를 떨어뜨리지 않는다. 진정한 '페이지 터너'란 이런 것이다를 보여주려고 작정이라도 하듯이 쉽고 빠르게, 그러면서 절대 속도감을 줄이지 않는다. 


독일의 아우토반을 달려본 적 있는가. 속도제한도, 톨게이트도, 신호등도 없는 도로다. 당신은 [리디머]라는 성능 좋은 차에 타고 묘네스뵈의 해리시리즈라는 멋진 도로를 그저 달리기만 하는 되는 것이다. 이보다 더 멋지고 행복한 시간은 없을 것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속도감있는 질주를 원한다면 바로 이 한 권, 리디머를 권해줄 것이다. 틀림없이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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