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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데이 걸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카트 멘쉬크 그림, 양윤옥 옮김 / 비채 / 2018년 4월
평점 :
당신은 스무살의 생일을 기억하고 있는가? 작가는 자신의 스무살 생일을 너무나도 잘 기억하고 있다고 했다. 아르바이트로 하루를 보낸 그. 바꾸고 싶어도 바꿔줄 사람이 없었기에 그날 하루를 온종일 일만 하느라고 다 보냈다고 했다. 당신의 스무살 생일은 어떠했는가.
솔직히 말하지만 내 생일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날 무엇을 했는지 누구를 만났는지. 추운 겨울날이 생일인 나는 아마도 그날 누구를 만나지도 않았을 것이고 친구를 보러 가지도 않았을 것이다. 가족들의 축하가 있었는지는 기억할 수 없겠지만 아마도 별다를 것 없는 하루를 미역국과 함께 보냈을 것으로 추측될 뿐이다.
여기 또 한명의 소녀가 스무살 생일을 맞이했다. 이제는 소녀가 아닌 성인으로 맞이하게 되는 첫 생일인 스무살 생일. 원래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그 금요일. 그녀는 친구의 부탁들을 받고서는 여느때와 다름없이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열이 펄펄 끓어 전화한 친구에게 뭐라고 할 수 없었을 것서이다.
그녀의 약한 마음이, 남을 배려할줄 아는 마음이 엿보이는 장면이다. 다른 사람을 생각하지 않고 나만 생각했다면 분명 나는 오늘 생일이고 약속이 있어서 안된다고 단호하게 잘라 말할수 있었을텐데 그녀는 생일이 뭐 별거냐며 흔쾌히 응해주고 만다.
일년에 단 한번뿐인 생일. 남이 요리해주고 남이 서브해주는 음식을 먹고 싶어지는 그런 날 그녀는 남에게 서비스를 한다. 최선을 다해서 웃음을 보이고 맛있는 음식을 가져다 주고 사람들이 음식을 먹는데 불편함이 없게끔 한다. 그것이 바로 성인으로 가는 첫 생일날 그녀가 한 것이다. 그날 하,루 그녀에게는 어떠한 일들이 일어날까.
생일은 누구에게나 단 하루 일년에 하루 뿐이다. 나는 음력으로도 양력으로도 주민등록상으로도 모두 생일이 다르다고 할 사람이 있을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실제로 챙기는 생일은 단 하루뿐일 것이다. 누구도 두번 태어나는 사람으은 없고 두번 생일을 챙겨먹는 사람도 없다. 그런 생일을 당신은 어떻게 보냈는가, 그리고 어떻게 보내길 원하는가.
사실 나이가 들수록 생일을 잘 챙기지 않게 된다. 어린 시절에는 친구도 초대하고 선물도 받고 캐잌에 꽂힌 촛불도 불고 하면서 근사하게 파티를 하지만 그것은 어렸을 때일뿐 나이가 드는 것도 서러운데 생일이 대수냐 하면서 잊어버리기 마련이다.
작가는 생일과 한편이라고 한다. 그날을 그냥 보내는 것이 아니라 기념을 하고 축하를 하고 자신만의 위한 하루의 사치를 부리는 것이다. 당신은 어떤 쪽인가. 그냥 넘어가는 편? 아니면 작가처럼 당신을 위한 하루만의 호사를 누리는 편? 어느 편이라도 좋다. 생일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단 하루 주어지므로. 생일날 다른때와 다름없이 일을 하게 된 그녀의 하루에 응원을 보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