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제라블 - 전6권
빅또르 위고 지음, 송면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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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역본 레 미제라블은 새로 읽기에 만만찮은 분량이었다. 매권 400여 쪽이 넘는 분량으로 6권. 편집도 가로 세로 빡빡하여 결코 권 수나 늘리자는 얄팍한 상혼에 뻥 튀겨진 것이 아니었다. '새로 나오는 신간 따라잡기에도 벅찬데' '이미 아는 내용인데...' 하는 생각에 선택이 쉽지 않았다. 그러나 이런 망설임은 10여 쪽이 넘어갈 즈음, 저자가 창조한 인물과 세계에 익숙해지면서 눈 녹듯 사라졌다. '레 미제라블'은 나에게서 2주 동안 모든 여가를 빼앗아 갔으며 수면 부족증에 시달리게 했다. 그래도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아, 나는 행복했다. 이 책을 읽는 동안'이라고.

고전을 선택하면 후회하는 경우가 적다. 오랜 시간을 두고 많은 사람들이 높이 평가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리라. 고전을 읽는 묘미 중에는 이런 '안전성'말고도 또 다른 점이 있다. 그것은 변화한 자신을 발견하는 일이다. 오래 전에 읽은 작품을 다시 읽을 때 전에 느끼지 못했던 것을 새로 발견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것은 자신이 변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완역본 레 미제라블은 결코 권선징악 차원의 단순한 소설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프랑스 혁명과 나폴레옹 시대의 격변을 소설로 은유한 것이 아닐까. 장 발장의 인생 역정은 덤으로 끼워넣고 말이다. 빅톨 위고, 당신은 진정 위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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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장사로 80억을 번 이대봉 교수의 성공이야기
이대봉 지음 / 도서출판 JMG(자료원·메세나·그래그래)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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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봉 교수의 성공이야기는 '그저 돈을 많이 번' 사람의 이야기로서가 아니라 다음 두 가지 이유 때문에 감동적이었고 생각케 하는 바가 많았다. 이것은 소위 성공한 사람들에게서 볼 수 있는 공통점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첫번째는 성공한 사람들은 갖은 악조건과 시련에 굴복하지 않고 극복한다는 점이며, 두 번째는 자신이 추구하는 것이 명확하며, 자신만의 독특한 것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부친의 사업실패 후 저자의 가정은 아이들이 부모들의 사랑을 느끼며 자랄 수 없는 곳으로 변한다. 부친의 잦은 음주, 외박, 모친에 대한 구타와 돈 졸음 등. 급기야 모친이 가출을 하고, 부친도 더 이상 귀가하지 않는다. 졸지에 어린 두 동생의 주린 배를 책임 져야 하는 가장이 되고 만다. 그때 그는 12살이었다. 한창 감수성이 예민하고, 신체적 정신적으로 급격한 변화를 맞이할 때였다.

배고픔은 무서운 것. 시간이 지나면 빈 배는 어김없이 음식을 채워줄 것을 참을 수 없는 고통으로 협박한다. 벌이를 하기엔 너무 어렸던 저자는 구걸이 빈 뱃속을 채울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구걸을 하다보면 진짜 거지가 된다'는 경구와 스스로 갖추고 있던 자존심은 걸인의 뻔뻔함과 천박한 타성이 몸에 배지 않도록 한다.

현실에 대한 좌절, 부모에 대한 원망, 청소년기에 가질만한 반항심 같은 것은 사치였으리라. 어려운 환경에서도 배우고자 하는 욕구와 두 동생을 비롯한 자신의 굶주림을 해결해야 한다는 생존의 문제 앞에서는. 학비를 납부하지 못해서 시험을 못보고, 점심은 친구들의 자선으로 해결해야 하는 학교생활이 얼마나 고단했을까. 그래도 저자는 꾸준히 상위 성적을 유지하고 주위에 진실한 우정을 쌓아간다.

우연한 기회로 시작한 18년의 군생활. 생활은 안정됐고 제대와 함께 나름대로 새 인생을 시작할 돈도 모았다. 그러나 행복의 문은 저자에게 쉽게 열리지 않았다. 학창시절부터 자신을 도와주었던 절친한 친구로부터 사기를 당하여 그 동안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고 만 것이다.

돈도 돈이지만 인간과 세상에 대한 실망과 배심감은 어떠했을까. 모든 것을 포기하고픈 막다른 길(자살)까지 몰리지만, 그러나 저자는 운명에 굴복하지 않았다. 사건의 순서대로 꾸밈없이 쉽게 써내려간 글들이어서 그랬는지 나는 저자의 고통이 그대로 느껴졌다. 보통사람이 감내하기 힘든 역경을 극복하고 이룬 성공이기에 거기에는 눈부심이 있다.

저자는 '산채비빔밥'으로 성공했다. 그러나 그것은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다. 배고픈 시절 '먹는 장사를 하면 배는 곯지 않을 것이다'는 생각을 할 때부터 그 성공은 싹이 트고, 군생활 초기에 열매가 맺혀서 18년간을 농익은 결과인 것이다.
배고픔을 면하는 것은 저자의 인생 최대의 바램이었을 것이다. 그러한 바램이 성공을 나은 배아이지 않았을까. 만약 주위에 군생활을, 그것도 명령과 지시를 주로 내렸던 장교로서 18년간을 했던 사람이 서비스업종인 식당을 하겠다고 하면 도시락 싸가지고 다니면서 말려라. 백에 구십 구는 성공하지 못할 테니까.

그러나 저자는 성공에 대한 간절한 원함으로 그런 장애를 극복해낸다. '성격이 원래 그래서'(서비스업종에 맞는 성격)라고 생각하는 것은 저자의 노력을 과소 평가하는 것이 될 것이다. 나는 아직까지 식당 운영의 아이디어를 내기 위해서 식당바닥에 스티로폼을 깔고 잤다는 사람의 얘기는 처음 듣는다.

그리고 번개불처럼 번쩍이는 그의 영업전략들. 자신을 상품화한 변신 등, 그러한 것들은 오직 그만의 독특한 노력의 성과였다. 그래서 이 책은 그 흔하디 흔한 여타의 성공담과는 다른 살아 있는 싱싱함을 느끼게 한다. 자신만이 괴로운 현실에 놓여 있다고 생각하는 자, 성공을 꿈꾸는 자, 일독할 가치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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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레옹의 싱크탱크들
이저 윌로치 지음, 차재호 옮김 / 홍익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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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인간으로서 이룰 수 있는 영광을 이루었으며 빨리 정상에 도달했던 것만큼 그 추락이 너무나 빨라 소설적 흥미마저 불러일으키는 인물 나폴레옹. 그의 이미지는 대망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강렬히 내리쬐는 태양처럼 아직도 선명한 것이 아닐까.그에 관한 전기와 평전을 수없이 읽었지만 대부분이 그가 권력을 잡게 되는 과정과 '전쟁의 신'으로서의 영웅전 같은 활약상과 몰락을 그린 것이 대부분이었던 것 같다. 그러나 개인적인 힘에는 한계가 있었을 터, 30세의 젊디젊은 나이에 집권하여 어떻게 혼란하기 짝이 없었던 프랑스를 휘어잡고 통치체제를 구축했으며, 국가의 권좌에 올랐던 기간 중 많은 시간을 전투에 직접 참가하였던 '통치의 공백'에 어떻게 대처했었는가 하는 점 등이 이 책을 읽기 전에 갖고 있던 의문들이었다.

이 책에서 말하는 것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나폴레옹이 집권 후 정치적 보복을 하지 않았고, 불만이 있는 사람들을 회유하고, 반대파라 할지라도 적당한 이익을 주어 포용하려고 했다는 점이다. 프랑스 혁명 이후의 혼란의 극치였던 정치, 사회에 질서를 부여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나폴레옹은 알고 그를 실천했다는 점이다.그러나 태생적 모순점을 안고 있던 그의 정권은 군사적 신화를 계속 창조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렸다. 끊임없이 전쟁을 벌어야 했으며, 패배는 곧 실권으로 이어진다는 극도의 긴장을 동반해야 했다. 따라서 나폴레옹은 항구적으로 사회체제를 변화시키는 정책을 계획하고 실시하는 것에 한계가 있었다. 그러므로 그가 실시했던 정권체제는 '이상하고' '편협'했다.이 책은 나폴레옹의 전기를 다룬 책이 아니라, 그가 집권하여 어떻게 정치체제를 조각했고 어떻게 조종했는가에 대한 책이다. 그런 의미에서 의의가 있지만, 책의 제목처럼 '나폴레옹의 싱크탱크들'을 이해하기에는 좀 어렵지 않나 생각한다. 제목이 부적절하며, 그런 기대를 갖고 책을 읽는다면 실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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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의 리더십
윌리엄 코헨 지음, 홍윤주 옮김 / 청림출판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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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두 가지 특징이 있는 것 같다. 하나는 리더십을 육성할 수 있다는 대전제 아래 리더십의 본보기라고 할 수 있는 실례를 들면서 리더십을 기르는 방법을 제시한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그 모범적 인물이나 예가 주로 군인들과 전쟁터에서 발휘된 사례라는 것이다.간혹 그렇지 않은 사람(타고난 참모 스타일)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리더가 되고 싶은 것이 아닐까?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위치에서 중요한 일을 처리하는 리더가 된다는 것은 인간의 본성의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자신이 남들에게 중요한 사람이라고 인식되고 싶은 욕구'를 충족시키는 명확한 증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귄한에는 책임이 따르게 마련인 것처럼 리더에게도 반드시 해야 할 책임과 요구되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아무나 리더가 되고 싶은 욕망을 채울 수는 없다. 그럼 포기해야 하는가? 지금은 리더가 아니니까 그런 생각은 접어뒀다가 리더가 된 다음에 훌륭한 리더가 되기 위한 방법을 공부하면 되는 걸까? 저자는 리더가 된 다음에 리더십을 공부한다면 훌륭한 리더가 되기 위해선 이미 때가 늦다고 경고한다. 그리고 리더십을 연구하지 않는 사람은 결코 리더가 되지 못할 것이라고 한다. 따라서 리더십 연구는 현재 리더인 사람도, 리더를 꿈꾸는 비 리더들에게도 필요한 것이라고 역설한다. 맞는 말이지 않은가.

사례로서 군인이나 전쟁에 얽힌 에피소드를 소개한 것은 저자 자신이 군 출신이었기 때문인 것도 어느 정도 작용했을 것이다. 그런데 바로 이 점이 나에게는 상당히 깊은 인상(책을 읽게 하는)을 주었고 책을 매우 재미있게 읽게 했다. 회사 업무가 아무리 긴박한 것이라고 해도 목숨과 국가의 장래가 걸린 전쟁만큼 절박하지는 않을 것이다. 군인들은 바로 그러한 절박한 상황에 대처해야 하기 때문에 그런 상황을 헤쳐나온 이야기들은 호소력을 갖는다. 물론 저자는 어떻게 해서 전쟁에서 승리했는가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어떤 리더십을 발휘해서 사람들을 움직였으며 목표를 달성했는가를 이야기하고 있다. 이 구분을 저자는 매우 적절하게 잘 지키고 있다. 그리고 이 책은 리더십 육성에 도움을 주는 것은 물론 크고 작은 전사를 엿볼 수 있다는 재미도 덤으로 준다. 군 입대 적령기에 있거나 군대에 대한 추억을 잊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읽을거리가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저자가 제시한 리더십 육성을 위한 각 항목을 전부 자신의 모토로 하고 지킬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책 속에 많이 등장하는 인물 중에서 자신이 따르고 싶은 모범을 선택하여 그를 모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 같다.향수 가게에 들어가면 몸에 향수 냄새가 배고, 생선 가게에 들어가면 비린내가 밴다고 했던가. 이 책에서 거론된 훌륭한 리더십을 소유한 리더들을 읽고 생각하다보면 그들에 조금은 가까워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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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유의태 -상
김진 지음 / 투영 / 200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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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드라마 허준이라든지 허준을 다룬 소설 동의보감 등의 감동을 되새기려고 이 책을 잡았다. 결론은 그런 감동이 덜 했다는 것이다.실존 인물을 다루거나 역사적 사건을 소재로 한 소설을 쓸 때는 매우 신중해야 겠다는 생각을 새삼스럽게 하게 된다. 소설을 읽는 사람들이 그 소재나 주제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바가 아니라는 것이 그 첫째 이유고, 사실을 왜곡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 두 번째 이유가 될 것이다.이 책의 작가인 김진 씨도 나름의 장점을 가지고 있다. 사건 위주의 빠른 전개, 군더더기 없는 깔끔은 문체, 여성 특유의 섬세한 감정의 묘사 등은 작가로서의 무한한 잠재력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존 인물을 다루면서 유의해야 할 고증이나 역사적 사료 조사 등은 다소 미흡하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모두가 시간상, 여건상의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었을 거라고 독자인 내 스스로가 후하게 양보하려고 해도 하나의 작품으로서 생각하기에는 안타깝기만 하다.허준이 한 명의 인간으로서, 동양의학의 금자탑을 세운 한 명으로서 추앙돼야 한다면 그를 있게 한 스승도 그에 못지 않은 비중을 가지고 다루어져야 할 것이다. 듬성듬성한 편집과 왠지 뭔가를 베껴놓은 듯한 책으로 세상에 소개되기 보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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