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리그
은희경 지음 / 창비 / 2001년 4월
평점 :
일시품절


남들보다 책을 덜 읽는 편은 아닌 거 같은데, 그 탓인지 오히려 '세간에 화제가 되는 책'은 읽지 않거나 아주 늦게 읽는 경우가 많다. '세간의 화제가 되는 베스트셀러'는 대부분 내 취향이 아닌 경우가 많고, 고로 살 일이 없는데 도서관이나 대여점에서는 인기가 좋은 관계로 빌리기도 어렵다.라는 것이 그런 책들을 늦게서야 읽게 되는 이유이지만.

그래서 이 <마이너리그>도 이제야 읽었다. 곤란한 것은 이렇게 세간의 화제가 된 책일수록 여기저기서 서평이나 감상문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에 읽기 전에 선입견을 가지게 되고, 막상 책을 읽었을 때는 그 선입견에 치어서 제대로 된 나 자신의 감상을 가지기 어렵다는 거다. 어찌보면 적어도 나 자신은 그 책의 매력을 제대로 즐기지 못하게 되는 거랄까(그런 의미에서 비슷한 부류의 책으로 보이는 <삼미 수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은 더 늦기 전에 읽어야 하는걸까?).

<마이너 리그>에 대한 감상? 일단은 재미있다. 그리고, 재미있는 만큼 서글프다. 어쩌면 이 책이 갓 나왔던 3년전에 읽었다면 이 정도로 서글프지는 않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잠시 했다. 당시의 나만 해도 아마도 이 '마이너'들의 이야기를 나와는 동떨어진 것으로 치부했을 수도 있으니까. 결국 우리가 마이너들에게 동질감을 느끼고 그들을 동정하는 이유는 '나 자신은 마이너가 아니라는' 확신을 가질 수 없기 때문일게다.

하긴, 또 그럴 수도 있다. 3년전의 나만 해도 이들의 인생이 철저히 마이너적인 것이라 생각했을지도. 그러나 결국 사회의 어느 분야건 겉모습은 메이저스러워도 그 속내에는 마이너스러운 부분이 많지 않은가. 또한 사람의 인생 역시 평생 마이너스럽거나 메이저스럽기 보다는 그 두 가지가 뒤섞인 경우가 더 많을게다. 그렇게 생각하면 '마이너스러움'에 대한 두려움도 또 조금은 가신다.

그래도 그건 무섭다. 15년 후에 우리 또래의 이야기가 또 이런 식으로 쓰여질 지도 모른다는 건. 그때 또 '마이너 리그'의 주인공이 되지 않기 위해서 아마 앞으로 15년간, 우리 각자는 쉼없이 달려가겠지. 나와 한 교실에서 배웠던, 같은 해에 고등학교 입시와 대학 입시를 쳤던, 그리고 비슷한 시기에 사회인이 되어서 지금 한창 달려가고 있을 그대들, 모두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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