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최인호 연작 소설 가족 7
최인호 지음 / 샘터사 / 2002년 5월
평점 :
절판


'가족'이란 책을 처음 접한 건 아마도 중학생 때였나보다. '샘터'에 실린 연재분을 읽고 서점에서 단행본을 찾아 샀다. 그래서 나는 새로 나온 판이 아니라 초록색와 노란색으로 된(그리고 표지에 '家族'이라는 한자 글자가 심하게 촌스러운) 구판으로 '가족' 시리즈의 1,2권을 가지고 있다.

아..그때 그 1,2권을 여러번 반복해서 읽으면서 얼마나 웃었던지. 돌이켜보니 1,2권에서의 최인호는 이미 두 아이의 아버지였지만 아직도 문청의 이미지가 강했다. 그의 재기어린 표현들을 읽으면서 밤마다 웃어댔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솔직히 최인호의 다른 글들은 그닥 찾아 읽지 않았건만 '가족'은 늘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로 남아 있었다.

작가 스스로 자신을 인내심이 없는 사람으로 묘사하고 있는데 비해 '가족'은 놀랄만큼 오래동안 쓰여지고 있다. 최인호와 황정숙, 두 남녀가 대학에서 만나 연애를 하고 어리다면 어린 나이에 결혼이라는 걸 해서 가족을 이룬 그때부터 시작된 이야기가 다혜와 도단이가 태어나고 두 아이가 자라나고 그러면서 그 부모들이 늙어가고, 최근에는 다혜가 결혼해서 손녀딸까지 태어나는데까지 왔으니 말이다. 아이들이 자라는 만큼 세월은 흐르는 법이라 작가는 그 동안 어머니를, 큰누나를, 그리고 주변의 많은 이들을 영원히 떠나보내기도 했다. 하긴, 처음 '가족'을 읽을 때는 중학생이던 내가 벌써 처음 '가족'을 쓰기 시작할 때의 작가의 나이와 가까워지고 있다.

작게는 작가 자신과 아내와 아이들이 이루는 핵가족에서부터 어머니와 형제들, 조카들이 이루는 대가족의 이야기까지를 작가는 솔직하고(때로는 너무 솔직해서 가족들의 지탄을 받으면서도) 재미있고 따스하게 그려주고 있다. 가족의 이야기란 다 그런 법이라 읽다보면 내 이야기 같기도 하고 그의 이야기 같기도 하다. 또 하나, 젊었을 적 작가의 특징이던 재기발랄함이 나이들어감에 따라 인생에 대한 따뜻하고 관조적인 시선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도 느껴진다. 그래서 요즘의 글들은 그가 이 사회에 함께 살아가며 옷깃 스치는 우리 모두를 자신의 가족을 바라보듯 애정 어린 눈으로 보아주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마음이 흐뭇해지기도 한다.

작가의 딸인 다혜와 나는 같은 학년이고, 같은 대학을 다녔다. 대학에 입학하고 얼마 되지 않아 식당에서 딸과 아내와 같이 있는 작가를 먼발치에서 보고 오직 이 시리즈 때문에 일방적으로 많이 반가웠던 기억이 난다. 그때 다가가서 저 '가족'의 팬이예요, 라고 한 마디 던질 걸 그랬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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