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관 살인사건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31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신용태 옮김 / 해문출판사 / 198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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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사 크리스티의 탐정들 중 가장 전형적으로 탐정다운 이가 에르큘 포아로라면, 가장 탐정답지 않은 이는 빅토리아시대의 미덕을 그대로 갖춘 노부인 미스 마플일 것이다. 그러나 오히려 그 언밸런스로 인해 미스 마플은 독자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탐정 캐릭터가 되었으며, 나 역시 그녀의 팬 중 한 사람이다.

이 '목사관 살인사건'의 진정한 매력은 '미스 마플'이라는 캐릭터가 최초로 등장해 이후 수많은 소설에서 미스 마플이 반복하는 '저 사람은 내가 사는 세인트 메리 미드 마을의 **를 연상하게 해요'라는 문구의 세인트 메리 미드 마을을 생생하게 보여준다는데 있다. 거기에 사는 사람들이 서로의 일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작고 고즈넉한 시골 마을, 겉보기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평화로운 마을이지만 미스 마플의 말대로 '인간성이란 어디나 같은 것이라서' 세인트 메리 미드에도 음모와 배신과 치정과 심지어 살인도 있다.

세인트 메리 미드의 목사관 서재에서 교구위원이었던 지역 유지 프로즐로 대령이 시체로 발견되고, 그 살인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미스 마플의 탐정적 재능이 최초로 공식적으로 빛을 발한다(물론 이전에도 동네에서 없어진 새우를 찾아내는 등등에 그녀의 재능이 발휘된 적이 있기는 했다). 그렇지만 살인 사건의 플롯이나 트릭보다는 세인트 메리 미드의 분위기나 사람들의 면면이 더 흥미를 끈다.

미스 마플을 사랑하는 독자라면 그녀의 배경을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꼭 읽어야 할 작품. 참고로 후기작인 '패딩턴발 4시 50분'에 보면 미스 마플의 대사 중에서 청년이 된 글리젤더와 렌 목사의 아들 이야기가 등장하니, 이 소설에서 그녀가 이미 할머니였다 해도 이때는 그나마 젊은(?) 미스 마플이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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