쿨핫 Cool Hot 6 - 하트.비트.사운드
유시진 지음 / 코믹스투데이 / 2001년 4월
평점 :
절판


한때 가장 좋아하는 만화가로 유시진을 꼽았건만, 한동안 그가 활발한 활동을 하지 못하고 나 역시 만화 전반에 대한 애정도가 조금은 떨어지면서 잠시 잊고 살았다. 그러다 최근 다시 꺼내어 읽은 쿨핫 여섯 권, 새삼스레 내가 이 작품을 정말 좋아했었지, 라는 생각과 함께 정말 뒷권은 더 안낼 건가..하는 아쉬움이 몰려왔다.

날짜를 챙겨보니 쿨핫이 처음 연재되기 시작했을 때가 벌써 7년전이다. 7년 전의 내가 쿨핫에 열광하면서도 가졌던 작은 불만은 '고등학생들이 정말 이런 생각을 하고 산단 말야? 난 대학 때도 이런 생각은 안 하고 살았는데..너무 비현실적이라구.'라는 것이었는데, 기묘하게도 7년이 지나서 읽으니 그런 식의 위화감이 많이 사라졌다. 어쩌면 7년 전의 나는 책 속의 그 아이들에게 조금쯤은 샘을 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혼자 피식 웃었다. 물론 쿨핫의 아이들이 일반적인 고등학생들이라는 생각은 지금도 들지 않지만, 이제는 만화 속의 주인공들이 실제의 그 또래집단을 대표해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너무 순진했던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니까.

유시진의 만화 대부분이 그러하긴 했지만, 쿨핫은 특히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를 다룬 작품이다. 어쩌면 상대에게 느낀 매혹으로 인해 자신의 삶에 큰 영향을 받는다는 것 자체가 충분히 젊다는 증거인지도 모른다. 루다가 동경이에게 느끼는 매혹, 준휘가 람이에게 느끼는 매혹, 람이가 루리에게 느끼는 매혹, 루리가 재련이에게 느끼는 매혹...이런 감정의 선들이 섬세하게 억살리면서 쿨핫의 그 독특한 향기로 우리들을 매혹시켰다.

6권 마지막의 명 나레이션처럼,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라 해도 놀랄 만큼 선명하면서도 마음 아련하게 하는 언어로 다시 표현해주는 유시진의 능력은 놀랍다. 그런데 독자를 이렇게 매혹시켜놓고 설마 이대로 뒷권을 내지 않을 생각은 아닐 거라 믿고 싶다. 6권이 나온 후 이미 몇년 간의 공백과 이것저것 손댔던 다른 작품들이 조금 마음에 걸리기는 하지만, 나는 이 작가가 부디 '게으르고 무책임한 천재'로 남기를 바라지 않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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