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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풍경 - 지중해를 물들인 아홉 가지 러브스토리 ㅣ 시오노 나나미의 저작들 11
시오노 나나미 지음, 백은실 옮김 / 한길사 / 2003년 8월
평점 :
품절
사실 시오노 나나미의 책을 읽을 때마다 조금은 헷갈린다. 그래도 이 정도로 잘 읽히는 역사책(?)도 없지, 하는 생각과 그런데 과연 이걸 역사책이라고 부를 수 있나..하는 생각이 왔다갔다 하는 탓이다. 개인적으로는 로마인 이야기 역시 '역사서술'로 받아들이기엔 상당히 위험하다고 생각하고 있고, 시오노 나나미 본인도 자신의 저술에 대해 '역사평설'이라는 쟝르명을 주장했던 인터뷰를 본 기억도 있다(그 탓인지, 개인적으로 시오노 나나미의 책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건 아예 소설이라는 이름으로 나온 색채삼부작이었다).
각설하고, 이 책 역시 일단 잘 읽힌다.'지중해를 물들인 아홉가지 러브스토리'라는 부제대로, 르네상스 시절 이탈리아 여러 도시국가를 배경으로 한 아홉가지 사랑 이야기를 시오노 나나미 특유의 필력으로 생생하게 끌어내었다. 행복한 사랑 이야기보다는 사랑 때문에 모든 것을 잃은 연인들이나 보답받지 못하는 사랑을 평생 가슴에 품은 이들의 이야기가 많아서 어딘가 아련하기까지 하다.
그렇지만 역시 늘 고민하던 문제는 남는다. 이 이야기들의 어느 부분까지가 실재했었고, 어느 부분이 시오노 나나미의 창작인 것인지. 몇 가지 이야기는 확실히 공인된 사료에도 등장하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사료에는 단순히 몇 줄로 끝나는 이야기를 이 정도로 만들어내려면 당연히 작가의 창작이 들어갈 수 밖에 없다. 그 부분은 이해하더라도 몇 가지 이야기에 대해서는 시오노 나나미 자신이 참고한 사료 자체가 16세기의 알려지지 않은 소설작가의 단편이다, 라고 밝히고 있으니 그러면 이 책에 실린 작품들 중 최소한 몇 편은 명백히 '소설'의 분류에 속하게 된다. 이 책이 로마인 이야기 류와는 달리 '시오노 나나미 에세이'라고 분류되어 있기는 하지만, 꼼꼼하게 읽지 않으면 모두 실존했던 이야기로 보이는데 사실은 그게 아니라는 거다.
결론? '역사라고 착각하지 않고 읽는다면' 가볍게 시간을 때우고 재미를 느끼는데는 상당히 유용한 책이다. 그러나 재미는 느낄 수 있되 몇백년 전 실제로 일어났던 이야기라는 아련함이 주는 감동을 포기해야 하는 건 역시 아쉽기는 하다. 그렇지만 어쩌겠는가. 역사가 아닌 것을 역사로 착각하는 것은 더 위험한 일일진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