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e Travels 쉬 트래블스 2 - 라틴 아메리칸 다이어리 2
박정석 지음 / 효형출판 / 2001년 6월
평점 :
절판


벌써 꽤 지난 일이지만, 어느 신문의 책 소개란에서 '박정석'이라는 이름을 보고 든 생각은 '역시, 책을 내긴 냈구나'였다. 나올 책이 나왔다.라는 느낌이랄까. 통신의 여행 동호회에 글을 올리던 시절부터, 그녀의 여행기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글 중 하나였다.

내가 읽은 그녀의 여행기가 꽤 많았었는데 그 중 출판된 것은 올라오다 말았던(책에 나온 대로 노트북을 잃어버리는 바람에 더 이상 통신에 올라오지 않았었다) 라틴 아메리카 여행기라는 걸 알고는, 글 자체의 매력보다는 다녀온 곳의 특수성으로 인해서 선택된 걸까..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고. 나 자신은 그녀의 글을 몇년간 쭉 읽으면서 이 라틴 아메리카 여행기가 오히려 그녀의 다른 여행기보다는 참 무겁고 암울하다는 생각을 했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역시 떠날 당시 그녀의 상황 때문이었겠지만.

좀 무겁고 암울해도 여전히 매력적이다. 오히려 시간이 지나 책으로 접한 글에서는 처음 그 여행기를 읽었을 때의 암울한 느낌은 덜해서, 글이 바뀐 건지 아니면 내 자신이 달라진 건지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기도 했었다.

하긴, 어쩌면 그 몇년 사이에 나 자신이 바뀐 건지도 모른다. 여행이라는 것이 무조건 즐겁지만은 않은 것임을, 오히려 여행을 무겁게 하는 것이 여행지에서는 꼭 즐거워야 한다는 강박관념임을, 여행지에서 겪는 쓸쓸함과 고독과 불편함마저 그 여행의 일부임을...생각해보니 나도 그 사이에 배운 것 같다. 여행만 떠나면 그저 좋았던 풋내기 여행객이 나이를 먹으면서 조금은 '박정석화' 되어 버린 걸까.

매 시간 즐겁지 않은데도 왜 시간과 돈을 들여서 여행을 하냐.는 질문에는, 고맙게도 그녀의 말을 빌어서 대답할 수 있다. 그 기억으로 밋밋한 일상을 견디기 위해서라고.

그녀가 어디에선가 또 치열한 여행을 하고 있기를. 그리고 돌아와서 우리에게 그 기억을 풀어내어 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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