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영의 수도원 기행
공지영 지음 / 김영사 / 2001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공지영의 책을 삐딱한 눈으로 보던 시절이 있었다.분명 책을 집어들면 잘 읽히니 재능있는 작가라는 건 인정했지만, 그녀가 386세대의 아픔을 대표하는 작가라는 거엔 도무지 공감가지 않았다.그 시절, 정말 어렵게 살았던 이들의 글을 읽다보면 특히 그녀의 이야기는 배부른 투정으로만 들렸었다.

그렇게 몇년간 그녀의 책들을 외면하다 집어든 '공지영의 수도원기행'은 예상외로 썩 괜찮았다. 그녀가 달라진 것인지, 아니면 내가 가지고 있던 삐딱함이 사라진 것인지 몰라도 이 책 속에서 나타나는 그녀의 모습은 상당히 호감가는 것이 되어 있었다. 날카로움과 치기가 사라진 대신 넉넉함과 겸허함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다고나 할까.

제목은 '수도원 기행'이지만, 기행문에 치우쳤다기 보다는 작가 자신의 내면을 상당히 심도깊게 고백하고 있다. 그 글을 읽으면서 한 인간으로서의 그녀, 나보다 조금 앞서서 세상을 헤쳐나온 한 여자로서의 그녀가 새로이 보였다. 이제 40을 넘고 나니 20대의 여성들이 부럽다기 보다는 가엾어진다는 그녀. 자신이 겪어온 20대의 질풍노도가 생각나서 그 모든 것을 겪으면서 나이들어야 할 20대들이 가엾다는 글을 읽으면서, 아..그녀도 이제 한 고비를 넘었구나.라고 느낀 건 더 어린 사람으로서는 오만한 일일까.

20대에 참 많은 여행을 했던 나인데, 이제는 여행이 심드렁하다. 나도 공지영의 나이가 되면, 한번 더 그녀같은 여행을 떠나보고 싶다. 굳이 '수도원 기행'은 아니라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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