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 밥 먹구 가 - 오한숙희의 자연주의 여성학
오한숙희 지음 / 여성신문사 / 2002년 4월
평점 :
품절


남성이라는 종족에 대한 날선 비난, 여자라서 겪어야 하는 현실에 대한 처절한 절규...페미니즘에 대한 과거의 이미지가 그런 것이라면, 이 책에서 오한숙희가 이야기하는 자연주의 여성학은 그보다는 훨씬 거부감이 덜하고 친근하다. 페미니즘을 통해 탈피되어야만 할, 부정되어야만 할 대상으로 생각되던 우리 어머니, 할머니들의 삶이 어느 부분에서는 오히려 우리가 앞으로 추구해야 할 방향과 겹쳐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여성학이라는 것이 고개 꼿꼿이 세우고 깔끔하게 차려입고 구두굽 또각거리며 바깥일을 하는 여자들에게만 한정된 것이 아님을, 오히려 집안팎에서 끊임없이 가족들을, 혹은 다른 누군가를 챙기는 소위 '아줌마'들의 삶이 우리 사회에서 여성학적으로 어떤 가치를 가지는 것인지, 이 책은 힘주어 이야기한다.

그닥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 생각하지 않는, 그래서 지나치게 과격한 페미니즘에는 거부감을 먼저 느껴버리는 나도 이 책을 읽으면서는 마음이 푸근해졌다. 대도시에서 목에 핏대 올려 고함지르면서 투쟁하기보다는, 자연 속에서 자연과 닮으려 애쓰면서 살아가는 저자와 저자 가족들의 삶이 참 평화로워 보였기에. 남성과 투쟁하고 남성들을 밀어내며 사는 삶이 아니라 어머니 자연처럼 모두 끌어안고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여성학이 가야할 방향이 아니던가. 그것이 결코 쉽지 않겠지만, 그래도 남성과 여성이, 인간과 환경이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 우리 모두 조금씩은 자연에 더 가까이 가야 할 것이고, 이 책은 어느 정도는 그 방식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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