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라디오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 까치 / 2001년 10월
평점 :
절판


사실 나 자신을 무라카미 하루키의 팬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왜냐하면 그는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인데 나는 그의 소설을 읽지 않으니까. 그렇지만 또 그의 팬이 아니라고 하기도 뭣한 것이 하루키(사실 그를 하루키.라고 부르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건 알지만 습관은 무서운 것이다. 그리고 어쩐지 '무라카미' 쪽 보다는 '하루키'라는 이름이 그에게 훨씬 어울린다.)의 에세이는 나오는 즉시 구입하기 때문이다.

'무라카미 라디오'는 국내에 소개된 하루키 에세이 중 가장 최근작이라 할 수 있다(아님 나 모르는 새에 뭐가 더 나왔나?). '코끼리 공장의 해피엔드'에서 시작된 그의 에세이들은 십여년의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적절하게 쿨하면서도 따뜻하고 유쾌하다. 후기에서 그 자신도 말하고 있지만 오십을 넘긴 작가가 20세 전후의 젊은 여성을 대상으로 해서 쓴 글에서 이렇게 목에서 힘을 빼고 편안할 수 있다는 거 자체가 참 경이롭다(아니면 나는 이미 그 연배의 젊은 여성은 아니기 때문에 이 글에 그렇게 열광하는 것일까).

그의 글을 읽다보면 작은 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행복을 찾아내면서 평범하고 평온하게 살아가는 것이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서 무척 즐겁다. 책에서 고개를 드는 순간 그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 퍽이나 비범한 작가라는 생각에 다소 배신감을 느끼는 것도 사실이지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