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드 마운틴 - Cold Mountain
영화
평점 :
상영종료


0. 금요일 저녁, 원래는 같이 일하는 선배언니랑 퇴근하면서 하나로 마트에서 장보고, 양재천가를 산책하는게 정해진 코스인데 어제는 날씨 때문에 산책은 아무래도 불가능. 다소 충동적으로 영화를 보러 가기로 했습니다. “8인의 여인들”을 볼까 했는데 시간이 안맞아서 “콜드 마운틴”으로 낙찰. 10년 만에 가본 뤼미에르 극장은 10년 동안 한번도 안고쳤나 봅니다-_-;;; 뭐 그래도 금요일 저녁에 느긋하게 나가서 표 사고 걸어서 집에 들어올 수 있으니 고맙죠.

1. "콜드 마운틴(Cold Mountain)”, 대강의 스토리는 알고 갔지만 우리가 기대한 건 “시대물 로맨스”였다구요. 그런데 웬 “태극기 휘날리며”의 미국판 여성 버전(.....), 전쟁영화 무지 싫어하는데 요새 볼만한 영화들은 왜 다들 전쟁영화인지-_-;;;. 브래드 피트 주연의 “트로이”도 보고 싶긴 한데 그것도 전쟁영화잖아요ㅠ_ㅠ. (영화만드는 사람들은 다들 피튀기는게 그리도 좋은지...이 추세로 나가다간 저는 역작용으로 “어린 신부”같은 영화를 보러갈지도 모른다구요-_-;;;)

2. 쥬드 로가 톰 행크스가 되어 버렸습니다-_-;;;. 연기는 늘었는지 모르지만 이전의 그 뽀샤시 꽃미남 버전은 어디로 가고. 흑. 아니면 남자는 수염 안 깎고 구질구질하게 있으면 다 거기서 거기인건지도.

니콜 키드만은 정말이지 멋진 언니 ㅠ_ㅠ. 영화에서 인상적이었던 건 사실 로맨스보다 전쟁을 겪으면서 아무 것도 할 줄 모르는 아가씨였던 여주인공 아이다(니콜 키드만)가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강한 인간으로 성장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동지가 되어준 루비(르네 젤위거)와의 자매애랄까. 이런 것. 게다가 어쩌면 그렇게 추레하게 차리고 나와도 예쁜지. 제가 원래 니콜 키드만같은 타입을 좋아하거든요.

음..로맨스는, 분명히 쥬드 로와 니콜 키드만 사이의 로맨스가 주요 코드이긴 한데, 전쟁 전에 둘이 뜨겁게 연애한 것도 아니고 도대체 서로 뭘 보고 그렇게 절절하게 기다리고 숨가쁘게 돌아오는지가 좀;;;;;; 뭐 저만 이렇게 생각하는게 아닌지 심지어 주인공들끼리도 겨우 재회하고서 서로 나누는 대화가 “우린 서로 잘 알지도 못해요” 어쩌고라니-_-;;;.

르네 젤위거는 왜 아카데미 조연상을 받았는지가 납득이 가는 연기였습니다. 그야말로 억새풀, 잡초같이 살아온 여장부로, 처음 만났을 때 갑갑스런 아가씨였던 아이다를 조련해가는 모습이라니. 강한 여자 만세!!

3. “태극기 휘날리며”의 데미지가 채 사라지지도 않았는데 이것도 뭐 못지 않더군요. 생각해보니 사실 우리도 남북전쟁, 그쪽도 남북전쟁. 비슷할 수 밖에요. 전쟁터의 묘사는 그 영화나 이 영화나 똑같이 끔찍하고, 전쟁에서의 적보다 오히려 내부의 적이 더 소름끼치는 것도 비슷합니다. “태극기”에서는 그 반공청년단(이게 정확한 명칭이던가..그 영신이를 죽였던 집단 말입니다), “콜드 마운틴”에서는 전장에서 뛰쳐나와 고향으로 돌아온 탈영병을 무자비하게 ‘사냥’하는 의용대. 그 의용대들 하는 짓을 보니 저것들이 남북전쟁 끝난 다음에는 KKK단이 되었겠구나, 싶더라구요. 저런 식의 내부적인 폭력은 정말 구역질이 나고, 저거 보다는 차라리 전쟁터가 낫겠다, 싶지만 사실 전쟁 중이기 때문에 그런 식의 내부폭력도 용인되는 거겠지요. 아무튼 전쟁은 정말이지 백해무익...(이런 영화 보다보면 저런 전쟁을 하겠다고 날뛰는 남자들이란 아예 정치를 시키지 말아야한다는 생각이 든다니까요. 정말이지-_-;;)

4. 굳이 전쟁만이 아니라, 저는 부수고, 파괴하고, 망가뜨리는 게 정말 싫어요. 제가 남성성에서 제일 싫어하는 부분도 그런 부분이구요. 그런 의미에서 보면 이 영화도 여성성의 승리를 내비치고 있는 거라고 할 수 있는데, 루비가 농장에 굉장히 집착하거든요. 남자들이 일으킨 전쟁으로 인해 스산해진 땅을 다듬고, 도닥이고, 키우고, 풍성하게 하는 것은 여자들이고, 루비와 아이다가 패잔병인 남자들까지 끌어안고 농장을 다시 재건하지요. 남자가 필요없다, 는 아니지만 편지로 인만(쥬드 로)에게 혼자서는 못 견디겠으니 돌아와 달라고 애원하던 아이다가(그래서 인만이 탈영병이 되었던-_-;;) 혼자 딸을 키우면서(루비네 가족들이 있긴 하지만) 강하게 살아가는 모습은 정말 보기 좋았습니다.

5. 감독이 안소니 밍겔라길래 들어본 이름인데, 했더니 “리플리” “잉글리쉬 페이션트”의 그 감독이더군요. 그러고 보니 뭔가 일관되는 스타일이 있는 영화들이긴 해요.

레옹의 그 소녀 나탈리 포트만이 조역으로 나옵니다. 나중에 자막에서 이름 보고 깜짝. 그야말로 여자가 되었더군요. 역시 예뻐요.

6. 뭔가 산만한 리뷰였지만, 뭐 그럭저럭 볼거리는 있는 영화였습니다. 전쟁 장면 봐도 데미지가 없으신 분에게라면 권할 만..(전 데미지가 있는 타입이라서 괴로웠습니다). 이미도씨가 또 자막번역을 날림에 윤색으로 해놔서 그게 좀 거슬리더군요. 어디 영화번역 잘 하는 사람 좀 안나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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