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모의 빵 케이크 쿠키
김영모 지음 / 동아일보사 / 2002년 12월
평점 :
품절


 사실 저는 가끔 만드는 품목만 만들 뿐(치즈케익이라던가, 피넛버터 쿠키라던가) 베이킹에 그닥 열광하는 편은 아니었는데, 최근에 지인 한 사람이 베이킹에 푹 빠졌습니다. 영향을 받아서 저도 베이킹과 관련된 블로그를 자주 들르게 되었는데, 여기저기서 영모샘책, 영모샘책 하는 이야기가 계속 나오더군요. 워낙 추천이 많길래 한 권 구입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저는 상당히 만족스러웠습니다.  

 빵. 케이크, 쿠키라는 세 파트를 다루고 있는데, 기본적으로 다루고 있는 아이템 자체는 그닥 홈베이킹스럽지는 않습니다. 모두 제과점에서, 그것도 꽤 규모있는 제과점에서 팔만한 아이템들이라서요. 그러다보니 레시피도 과정마다 사진도 첨부되어 있고 무척 알기 쉽게 되어 있기는 하지만 난이도는 꽤 있는 편입니다. 들어가는 재료 역시 집 찬장에 갖춰져 있거나 슈퍼에서 살 수 있는 재료보다는 전문적인 제빵재료샵에 가서 구해야 하는 품목이 꽤 많구요.

 그렇지만 요즘 집에서 홈베이킹 하는 분들 중에서도 워낙 실력있는 분들이 많다는 걸 생각하면 이 책이 너무 어려워서 효용성이 떨어진다고 말하기는 힘들 것 같네요. 거기다 요새는 인터넷으로 제빵재료도 소분된 것을 편하게 구입할 수 있으니까요. 즉 아주 생초보에게는, 혹은 편하게 만들고 쉽고 그닥 고난도의 베이킹에 도전할 생각이 없는 분에게는 적합하지 않은 책이지만, 조금만 욕심이 있는 독자라면 한번 사서 도전해 볼만한 책이라는 겁니다. 초보를 벗어난 단계에서부터 거의 전문 제빵사 수준에까지 계속 충실하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하니까요.

그리고 사실 제일 난이도가 있는 건 케이크 쪽이고, 일반 발효빵이나 쿠키 쪽은 나오는 결과물에 비해서 레시피 자체는 쉽게 따라할 수 있겠다 싶기도 합니다. 게다가 따라할 수 있겠다고 느껴지는 이유가 일부러 레시피를 단순화한 게 아니라 제과점에서 만드는 대로 충실하게 방법은 제시하되 설명을 찬찬하게 하고 과정샷을 충실하게 찍어서 올려준 덕에 용기를 낼 수 있는 거라서, 그야말로 성실하게 만든 책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일반 홈베이커로는 따라하기 힘들겠다 싶은 천연발효빵에 대한 설명까지 상세하게 해 놓은 걸 보면서 몸에도 좋은 빵을 만들겠다는, 제빵명인으로서 김영모씨가 가지고 있는 철학 같은 것도 느껴볼 수 있었구요.

사실 저는 요리책을 보고 그대로 만드는 것보다 요리책 보는 것 자체를 무척 좋아하는 사람이라서, 이 책의 충실한 사진과 레시피를 보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즐거웠습니다(거기에 이 두께와 내용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상당히 착하죠). 그리고 책 중에 스콘처럼 좀 난이도가 낮은 빵을 넣으라는 재료 중 없는 거 빼고 만들어도 꽤 괜찮은 결과물이 나오던걸요. 뭐든 응용하기 나름이니까, 바이블이 아니라 참고도서라고 생각하시면 이 책의 쓰임새가 더 넓어질 것도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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