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8월 31일의 문장


어느 날 문득 서랍을 열었을 때

비어 있다면 슬플 것이다

실내를 가득 채운 커다란 서랍장을

나 혼자 힘으로 옮길 순 없을 테니까


[대답 대신 비밀을 꺼냈다](은행나무) - 김유림 박은지 오은경 이다희 : 오은경의 시 '빗금' 中


ㅁ 서랍을 열었고 그 안에 텅 빈 걸 본 적이 있다.


그 날은 이삿짐을 싸던 날이었고, 마지막으로 깜박 잊은 게 없는가 싶어 확인했던 서랍이었다.


서랍엔 항상 작은 것들로 채워져 있었고, 서랍에 넣을 수 있는 것들을 항상 넣어놨기 때문에


그렇게 빈 서랍의 모습은 낯설었다. '생각보다 넓었구나' 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ㅁ 빈 것을 본다면 뒤이어 느끼는 감정은 슬픔이어야만 할까.


가득 채웠음에도 내가 할 수 없어서 느끼는 그 슬픔은 가득 채워져 있지만,


결국 비었기 때문에 느끼는 감정이었다. 정말 텅 비고 나서 느끼느 감정은 슬픔이어야 할까.


슬픔이 아니었던 공허함은 사실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감정일지도 모른다.


혼자 힘으로 할 수 없는 그것은 이사하던날 서랍을 열고 느낀 감정과 비슷했다는 걸


이 문장을 보고서야 알게 되었다.


ㅁ 하루를 담는 문장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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