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이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것들 - 김광현 교수의 건축 수업
김광현 지음 / 뜨인돌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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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건축을 알아야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건축이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것들](뜨인돌) - 김광현
- 전반부 -

이 책은 건축가가 되고자 하는 사람이나 지금 건축을 배우고 있는 학생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건축의 중요함과 소중함과 근본을 말하는 책이고, 모두를 위해 이 시대가 지어야 할 건축을 말하는 책이다.
- 머리말 中 -
ㅁ [건축이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것들]이라는 책 제목만큼 책이 그 목적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경우가 얼마나 있을까. 아무로 비문학적인 책이라고 해서 이렇게 목적성을 대놓고 보여주는 경우는 별로 보지 못했던 것 같다. 그래서 더 끌렸던 걸지도 모른다. 마치 책이 그냥 ‘날 읽으면 건축이 가르쳐주는 걸 반드시 알 수 있을거야!’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표지조차도 노출콘크리트 이미지로 만들어놔서 그런지 참 거대한 벽 같이 느껴지고 그 두께는 그런 인상을 갖는 데 한 몫 했다.(무려 705페이지였다. 진짜 많이 두껍다.) 살 엄두가 나지도 않았고, 이걸 들고다니면서 읽을 수 없을 것 같았는데, 주말마다 틈틈히 읽어서 겨우 전반부를 읽었다. 후반부까지 읽고 감상을 쓰기엔 너무 양이 많아질까봐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눠서 감상을 쓰려고 했다. 그렇게 하지 않아서 앞 내용에서 들었던 생각들을 잊어버리는 경우도 많았고, 일단 정리가 되지 않아서 이 감상은 책의 내용을 어느 정도 정리하는 기분으로 쓰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다.  

ㅁ 저자이신 김광현 작가님은 전문적인 작가는 아니다. 작가님보다는 교수님이 맞다. 건축학계에 오랫동안 몸담으셨던 교수님이다. 교수님이 남기신 건축에 대한 어떤 소회?라고 생각할 수 있겠다. 건축학을 전공하신 분이 바라보는 건축학에 대한 이야기랄까. 보통 이런 느낌의 비문학이 많으니까. 한창 건축에 관심이 많아졌던 때라, 왠만한 책들보다 비싼 가격을 주고 구매했다. 그게 벌써 올해 초였는데… 살 때만 하더라도 ‘건축이 우리에게 뭘 알려줄까?’ 이게 궁금했던 건 아니었다. 단지 오랫동안 학계(여길 학계라고 해야할지, 아니면 건축이라는 어떤 분야라고 해야할지 모르겠다.)에 몸담은 교수님이 바라보는 자신의 분야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담았을지 궁금했던 것 같다. 참고로 김광현 교수님은 작년에 퇴임하셨다고 한다. 한 분야를 오랫동안 했다는 것은 그만큼 그 분야에 고민을 담게 된다. 그 흔적이 담겨있을 교수님의 건축에 대한 생각이 어떤지 궁금했다. 

ㅁ 가장 위에 인용한 머리말은 책에 대한 목적성을 보다 뚜렷하게 제시하고 있다. ‘이 시대가 지어야할 건축’이라는 게 무엇일까. 우리는 살면서 모든 건축에 영향을 안 받을 수 없다. 최소한 집이라는 건축이 있을 것이며, 거기에 어딜 가든 건축 안에 있거나 건축 주위에서 생활한다. 아무 것도 없는 공간은 없기 때문에 건축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력을 알게 모르게 많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리들은 건축에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걸, 조금 많이 느낀다. 꼭 어떤 유형의 건물만 그런 게 아니라, 어떤 공간만 보더라도 그렇다. 내가 사는 곳만 하더라도 마땅히 쉴만한 곳이 없다. 앉아서 쉴만한 넓은 공터가 없다. 그리고 걷고 싶은 길이 없다. 모두 아스팔트로 된 차도뿐이다. 사방에는 차량, 아니면 오토바이가 돌아다니고, 그런 곳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을 보면 사고가 안나는게 다행이라고 본다. 작은 놀이터가 있지만, 주변 건물에 비해 너무 초라해보이고, 그렇다고 주변 건축들이 조화를 이루는 것 같지도 않다. 이런 느낌들. 좋지 않은 걸 알지만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는 이런 환경. 난 ‘이 시대의 건축’이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궁금했던 걸지도 모르겠다.  

ㅁ 총 10장으로 이뤄진 책은 약간씩 연결되어 있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각 장별로 따로 읽더라도 큰 문제는 없는 것 같다. 아직 5장까지 읽은 것만 보면 그렇다. 다만 약간의 흐름이 있기 때문에 더 이해하기 쉬운 건 맞다고 생각한다. 각 장별로 살펴보자면, 1장은 ‘건축’이라는 행위, 그 자체에 대해 질문한다. 왜 집을 짓고, 건축은 도대체 무엇인가. 한 마디로 ‘건축’을 정의하는 시도라도 보았다. 2장에선 지금 현재 우리가 아는 ‘건축’이 아니라 그 이전의 건축이라고 불릴 수 있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다. 1장과 약간 이어져있는데, 건축이라는 행위의 본질, 근원에 대한 이야기다. 여기서 우린 건축을 ‘만든다고’ 말하지 않고 ‘짓는다’라고 말하는지 조금 생각해보게 된다. 짓는 것은 하나씩 쌓아 올린다고 본다면, 무엇을 쌓아 올려야하는지 진지하게 고찰해봐야한다. 단지 기둥을 올리고 지붕을 덮는 게 아니라, 본질적으로 그 건물이 어떤 방식으로 사람들에게 이용되는지, 사용자와 주변 환경이 어떤 것들이 필요로 하는지, 그런 것들을 하나씩 쌓아올리는 과정. 그게 본질이라는 것으로 이해했다. 3장은 건축을 누가 짓는지에 대한 이야기. ‘사회’가 건축을 짓는다는 걸 의미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사회의 구성원과 요구가 공간의 필요성을 생산하고 그렇게 유형화하는 과정이 바로 건축이라는 것이다. 바로 장의 제목처럼 ‘사회가 만드는 건축’이라는 말이 그런 뜻이었다. 4장을 본다면, 사회에서 정확히 어떤 점들이 건축을 짓는 걸까에 대한 대답이다. 바로 시설, 제도, 그리고 공간이 거기에 해당된다고 본다. 여기선 바로 이 부분이 정확히 그것을 표현하고 있다.  

모든 건축물은 누군가와 함께 쓰기 위해 만들어진다. … 건축의 시설은 사람들이 함께 쓰는 가치를 공간으로 표현한 것이다. … 건축이란 사람이 모여야만 만들어지는 사회적인 존재라는 사실을 아는 것, 바로 이것이 건축에서 기쁨을 찾을 수 있는 지름길이다.
p. 291
 사람이 모이면 제도가 생기고, 그게 시설을 만들고 결국 공간을 표현하게 된다. 전반부의 마지막이었던 5장은 건축의 공공성에 대한 이야기였다. ‘작은 도시’로서 건축을 표현했는데, 모여 살기 위해 만들어진 건축들이 이루는 공공성, 특히 공공건축물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모두가 함께 사용하는 공공성이 마치 ‘작은 도시’라고 표현한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  

ㅁ 1장에서 5장까지 읽으면서 자꾸 들었던 생각이 있었다. 그것은 건축은 인문학도 아니고, 그렇다고 예술도, 공학도 아닌 건축 그 자체라는 점이다. 건축을 어떤 분야로 해석하기엔 너무 특이한 경우가 많은 것 같았다. 건축을 짓는 과정에서 공학이 적용되고, 사람들이 이용하는 과정에서 사회적인 면모도 엿보인다. 건축의 외관이나 주변환경과 미치는 영향을 본다면 예술적인 면모도 있다. 그런 모든 방향에서 건축을 살필 수 있지만, 그게 건축의 모든 걸 설명할 순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건축을 어느 하나의 분야로 해석하는 건 옳지 않다는 의견. 읽는 내내 그런 관점으로 책을 쓰셨다는 느낌을 받았다. 건축은 그저 건축이라는 하나의 분야로 봐야한다는 주장은 책에서 뚜렷하게 드러나기 보단 문장 하나하나에서 묻어나는 느낌이었다. 
 무엇보다 5장을 관통하는 한 가지 내용은 건축은 만들면 다가 아니라는 것. 건축 자체가 미치는 영향력이 이용하는 사람부터 주변 환경까지, 심지어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는 곳까지 영향을 준다는 것. 영향을 주지 않는 건축은 없어서, 우리는 건축에 대해 알아야 한다는 걸까. 아직은 잘 모르겠다. 나머지 장을 읽다보면 좀 더 뚜렷해질 것 같은 느낌만 있을 뿐이다. 

ㅁ 어떤 책이든 읽다보면 관심가는 부분이 생기기 마련인데 주로 내가 관심을 두던 부분에 집중하게 된다. 특히 4장에 있던 학교에 관한 이야기가 생각이 난다. 요즘 한창 교육에 관심이 있어서 그런 것 같았다.

“먼 옛날, 자기가 선생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과 자기가 학생인 것을 모르는 사람들이 이야기를 시작했다. 학교란 선생님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선생님들과 학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학생이 나무 밑에 앉아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에서 시작하였다.” 이것이 학교의 진정한 시작이라고 루이스 칸은 말했다.
p. 335
 책은 건축에 관해서 이 인용문을 사용하는데, ‘나무 밑’이란 장소는 아직 건축물 이전이지만 바로 이런 마음으로 학교라는 건축을 지어야한다고 주장한다. ‘가르치려는 자와 배우는 자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것에 공간과 장소를 부여하라는 뜻’(같은 페이지)으로 루이스 칸은 말한 것이다. 이건 건축에서만 국한될 것은 아닌 것 같다. 우리가 생각하는 학교, 더 나아가서 ‘교육’이란 본질에 좀 더 집중해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 본질이라는 게 모든 걸 해결해주지도, 그렇다고 지금 현실과 잘 들어맞지도 않을 것이다. 다만 제도와 어떤 정책으로만 해결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이런 일상적으로 접하는 것들, 바로 건축이나 아니면 선생과 학생의 관계에서도 적절한 변화를 가할 수 있다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잘 생각해보면 학교의 이미지가 모두 비슷하다는 건, 모든 학교가 비슷하게 만들어졌다는 의미일 것이다. 아직 사회가 다양성을 받아드리지 못하는 게 아니라, 그렇지 못한 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이것저것 정책으로서 점점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지만, 아직은 너무 단편적인 시도라는 생각도 들었다. 차차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겠지만, 아직은 많이 아쉬운 게 현실이다. 건축에서 학교에 관한 이야기가 나와서 그런지, 정책, 제도보단 정말 건축이 더 중요할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었다. 정책, 제도는 사실 일상적으로 학생들이나 선생님들, 즉 현장에 와닿지 않는다. 눈으로 보이는 부분도 없고 일상에서 매일 보는 것도 아니지만 건축은 그렇지 않다. 건축이 바뀌면 그곳에서 생활하는 사람들도 바뀐다. 무엇보다 일상에서 매일 본다. 손에 잡힌다. 직접 경험할 수 있다. 오히려 정책 제도보다 더 효과적일지 모르겠다. 

ㅁ 다른 학문들도 비슷하겠지만, 건축은 특히 더 어려운 것 같다. 생각할 부분이 너무 많은 듯한 느낌이랄까? 다른 학문도 못지 않겠지만, 건축은 그 분야에서 생각하는게 아니라 주변 모든 걸 생각해야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괜히 건축학을 전공하는 사람들이 5년을 다니는게 아닌 것 같다. 명확하게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특히 사회적인 부분은 더욱 더 말이다. 그럼에도 교수님이 그나마 잘 정리하셔서 그런지 각 장에서 설명하는 지점은 뚜렷하게 드러나는 편이다. 다만 양이 많아서, 포인트가 되는 어떤 내용을 잘 붙잡지 않으면 무슨 내용을 읽는지 잃어버릴 수 있다는 점. 제공된 이미지가 있긴 했지만 그렇지 않은 예시들도 많아서 아쉬웠다. (건축 관련 책을 읽다보면 항상 이 점이 거슬린다. 이미지를 찾아가며 책을 보는 습관이 생기긴 했지만 말이다.) 나도 읽다가 중간에 놓쳐서 다시 돌아가 읽었던 적도 많았고, 읽는 내내 정신을 집중하지 않으면 분명 읽지 않으니만 못하게 될까봐 굉장히 힘들게 읽었다. 아직 5장이나 더 남았는데… 
 학문을 책 하나로 다 설명하려는 것은 어쩌면 말도 안될지 모른다. 건축이라는 학문이, 아니면 실제 건물들이, 장소가 우리에게 가르치는 것은 바로 이런 게 아닐까 싶다. 상호적인 관계. 영향을 받고 주고 하는 그런 관계. 그것은 사람들 사이의 관계가 아니라 사람 주변에 존재하는 모든 것. 그것이 공간이나 장소를 포함한 건축일 수 있고, 심리적인 요인일 수 있다. 어쨌든 그런 걸 가장 잘 보여주는 건축이 뒷장에서 어떤 이야기를 펼칠지, 흥미진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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