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제10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박상영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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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해의 소설들이 우리에게 남겨주는 것.

[2019 제10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문학동네) - 박상영 작가 외 6명



ㅁ 매년 나오는 책이라서 꼭 챙겨보는 편이었다. 젊은 작가상 수상작품집. 그 책은 매년 발간 되었고 난 16년에 시작해서 지금까지도 챙겨본다. 이번 2019년 수상작품집을 서가에서 보고, 올해도 나왔구나. 라며 뭔지 모를 안도감이 들었다가, 이내 읽고 싶은 욕구로 바뀌었다. 안도감은 없어지지 않았다는 것에 대한 감정이었을까. 책을 자주 본다면 누구나 들어봤을 법한 출판사의 작가상이라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점점 커져가는 디지털 세상에 과연 얼마나 버틸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니까. 어쨌든 덥석 집었고 구매했다. 그 해 수상작품집은 항상 특별보급가로 서점에 비치되기 때문에, 가격마저 착하다. 이 가격에 재밌는 소설을 다양하게 읽을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좋다.


ㅁ 총 7편의 작품이 들어있다. 대상 작품인 박상영작가님의 [우럭 한 점 우주의 맛]을 시작으로 각 소설들의 제목은 다음과 같다.


 - 김희선 작가님의 [공의 기원]
 - 백수린 작가님의 [시간의 궤적]
 - 이주란 작가님의 [넌 쉽게 말했지만]
 - 정영수 작가님의 [우리들]
 - 김봉곤 작가님의 [데이 포 나이트]
 - 이미상 작가님의 [하긴]

ㅁ 제목만 보고 가장 끌렸던 것은 [시간의 궤적]과 [넌 쉽게 말했지만], 두 작품이었다. 아마 내가 생각한 어떤 이미지의 내용이 아닐까 생각했던 것 같다. 결국은 반은 맞았고 반은 틀렸다. 책을 덮고 나서 재밌던 두 소설은 [시간의 궤적]과 뜬금없던 [공의 기원]이었다. 전자는 예상이 맞아서, 그리고 그런 느낌의 소설을 좋아하기 때문이라서. 후자는 그 소설을 이루는 상상력이 너무 재밌었다. 흔하디 흔한 공에서 상상의 날개가 막 퍼져나가 하나의 거대한 서사를 형성한 느낌의 소설이었다. 하지만 7개의 작품들이 묘하게 빠져드는 매력이 있다는 것에서, 괜히 수상작이 아니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느낌이든 아니든 말이다.


ㅁ오히려 대상 작품에서 난 별 감흥을 느끼지 못했던 것 같다. 박상영작가님의 [우럭 한 점 우주의 맛]에서 잘 짜여진 이야기라고 생각했지, 기억할만한 어떤 것은 찾지 못했다. 분명 읽을 땐, 빠져들고 매력적이었다. 주인공의 심리와 그의 엄마와 관계된 이야기, 그리고 사건들, 무엇보다 중요한 주인공의 어떤 특징. 하지만, 그저 그렇다고 생각했다. 내가 이해하지 못해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다음 소설로 넘어가기 전에 이런 생각을 했다. ‘나에게 공감은 소설에 생각보다 중요한 가치였구나.’ 알면서도 잘 깨닫지 못했던 생각. 이번에 느꼈던 한 가지 확신이었다.>ㅁ 책을 덮고나서 내 기억에 남은 것은 결국은 인상 깊은 것들 뿐이다. 그래서 쓸 수 있는 내용도 그런 작품 뿐인데, [공의 기원]은 그런 점에서 확실히 뭔가 할 말이 많았던 소설이었다. 이 소설은 참 재밌는 게 읽다가 정말 이런 일이 있나 싶어서 찾아볼 정도로 정교한 소설이었다. 그 내용조차 역사적으로 있었던 같아서, (물론 조금만 생각해보면 아닌 걸 쉽게 알 수 있었겠지만…) 읽는 내내 약간 역사의 흐름을 엿보는 기분이었다. 정확히는 ‘공’에 대한 역사였다. 그래서 제목이 [공의 기원]. 물론 그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소설인 걸 테고. 하지만 ‘공’이란 소재로 이런 서사를 꾸며낼 수 있다는 게, 그런 상상력을 펼칠 수 있다는 게 너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예전에 읽은 책에서 말했듯이, 소설가는 결국 이야기꾼이라는 게 딱 이 소설에 적절한 태그가 아닐까.

ㅁ 4번째 작품이었던 [시간의 궤적]은 조금 다른 면에서 재밌었다. 제목을 처음에 보고, 이거 딱 시간에 대한 이야기겠다. 라는 감이 왔었다. 어느 소설이든 그렇지 않은 소설이 있겠냐마는, 제목부터가 이렇다면 그건 확실하게 그 점에 충실한 게 아닐까. 어쨌든 읽다보면 시간의 궤적이, 사실 시간에 올려진 감정의 궤적에 가깝단 생각이 들었다. 소설 속 주인공이 느끼는 감정들이, 시간의 궤적에 따라서 흐르면, 왜 감정이 그렇게 움직이는지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녀가 서글퍼지면 나 역시 서글펴지는 묘한 전염성도 있었다. 실제로 그런 상황이라면 정말 저럴 것 같았고, 요동치는 감정들에 울음이 터질만 했다. 마지막엔 결국 그 요동조차 시간의 궤적에 던져뒀다고 생각했다. [시간의 궤적]을 다 읽고 나서, 왜 시간의 궤적일까. 가만히 생각했었다. 알 것 같으면서도, 그러나 말로 설명하자니 뭐라고 해야할지 몰라서 망설여졌다. 난 그런 느낌을 좋아하나 보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어떤 울림이 있는 글. [시간의 궤적]이 이 7편의 이야기들 중에서 가장 크게 남았던 울림이었다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ㅁ 나는 소설을 표현하는 말들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말은 바로 ‘있을 법한 이야기’라는 말이다. 여기에 바로 소설에 대한 모든 것이 담겨있다고 생각한다. 이야기라는 점, 그리고 진실 같은 거짓이라는 점, 마지막으로 그런 거짓에서 드러나는 세상에 대한 관찰결과들. 어느 시대의 소설이든 그런 부분이 반드시 들어있다. 그 시대의 모습이 담겨있고, 그리고 정말 그 때 그런 사람이 살았을 것 같은 느낌. 고전을 읽더라도 그렇고, 반면 현대소설을 읽더라도 그렇다. 내가 현대한국소설들을 자주 읽는 것은 바로 그런 점이 좋았기 때문이었다. 바로 내 옆에 이 이야기의 주인공들이 있을 것만 같아서, 나만 이런 시대를 사는 게 아니라는 느낌. 그런 위안과 공감이 너무 좋았다. 그런 점에서 [2019년 젊은 작가상 수상작품집]은 지금 시대를 이야기하는 최고의 소설이 아닐까. 매년 달라지는 수상작품들을 읽다보면 확실히 그런 게 느껴진다. 최근의 이슈들이 반영되기 마련이고, 그런 흐름? 비슷한 게 보일 때가 있다. 소설들이 한 책으로 묶여서 느끼는 걸지도 모르는 어떤 전체적인 분위기도 있다. 이번엔 약간은 차분한 머리카락이 바람에 날리는 한 남자가 생각난다. 내년에는 어떤 느낌의 소설들이 수상작에 올라올지, 매년 기다리는 독자로서 수상작품집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신인의 작품을 읽는 즐거움은 뭐니뭐니해도 기성세대의 진부한 독법을 치고 들어오는 젊은 패기의 기상천외한 상상력이다. 그들의 민첩하고 거침없는 상상력엔 금기의 영역이 없다. - P3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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