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월 27일의 문장
열차를 기다리는 사이
스크린 도어에 걸린 시를 읽는다.
기다리지 않아도 계절이 바뀌듯
상행 열차는 떠나고
정적만 빈 공간을 채운다.
잠시 후면 전광판의 안내 자막이 뜰 게고
바삐 내닫는 세월에 실려
정신 없이 달려 온 날들이
화면보다 크게 떠 오르고
기다림에 지친 삶의 목표를 위해
무명시인의 삶을 읽는다.
[열차를 기다리며] - 최재환
ㅁ 이 시는 시에서 나오듯이 지하철 스크린 도어에 실린 한 작품이다.
그리 길지도 않고, 짧지도 않으면서 동시에 적절한 장소에 실렸다는 생각에,
한 구절씩 읽다보면, 단어 하나하나가 몹시 쉽게 다가온다.
지하철 같이 이젠 더이상 삶에서 없어선 안될 존재가 되어서,
우린 그렇게도 쉽게 지하철에 삶을 싣는게 아닐까 생각한다.
지하철이 나아가는 그 길을 매일 타고 다니는 우리에게
아무런 긴장감도 없고, 특별하지도 않는 단순한 세상을 사는 우리의 길 같아서
그렇게도 쉽게 삶을 읽을 수 있는 게 아닐까.
ㅁ 열차를 기다리면서, 갖가지 생각이 든다. 모두 어딜 향해 그렇게 옷을 여미며
지하철 노란선 앞에서서 다음 열차를 기다리고,
삑삑거리는 게이트의 바를 밀고 나간다.
모두가 빠져나간 그 곳엔 정적만이 남은 채 고요하게, 마치 아무도 없었던 것처럼 조용하게.
삶이 끝나고 난 뒤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는 그런 공간처럼,
그저 허무감만에 멤돌 뿐이다.
ㅁ 하루를 담는 문장 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