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성에서의 하루 문학과지성 시인선 515
김선재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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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념하는 감정과 겉도는 시는 무엇을 말하고 있는걸까

[목성에서의 하루](문학과지성사) - 김선재


ㅁ 정말 많은 책들을 구매했으면서도, 시집은 처음 사보았다. 시집이란 걸 산다는 생각자체를 하지 못했다. 시는 그냥 저냥 볼 수 있었으니까. 마치 음악처럼 요즘 앨범 사는 사람은 적지만 앨범안에 든 음악을 골라 듣는 상황과 같다. 그래서 시집은 그렇게 잘 팔리지도 않는 것 같고, 일반 대중들도 잘 사진 않는다.


ㅁ 시집을 사게 된 건 정이경의 [시의 문장들]이란 책에서 시작되었다. 처음엔 시의 몇몇 구절만 보는 게 무척 감칠만 나는 일이라는 걸 몰랐다. 108개의 구문을 보면서, 뒤에서부턴 보고싶은 시들을 표시해뒀다가 찾아보았다. 시를 찾다보니까 몇몇 작가님들을 알게 되었고, 서점에 가서 시집 책장을 둘러보았다. 마음에 드는 세 권 중에서 일단은 두 권, 그 중 한 권이 [목성에서의 하루]였다.


ㅁ 제목부터, '뭔소리야'라는 생각이 드는 조금 신비스러운 제목이다. 목성에서의 하루를 보낸다면 과연 어떤 기분일까. 어떤 삶일까. 그런 생각을 했었다. 읽다가 안 사실이었지만 시집의 제목이라기 보단 시집에 든 시 하나의 제목이었다. 새삼 하나의 큰 주제 안에 들어간 시라는 느낌이 깨져서 뭔가 좀 서글퍼졌다. 어쩐지 뭔가 이해가 가질 않더라니;; 시를 하나씩 읽어보았다. 책을 덮고 나서 든 생각은 '이게 뭐야...'였다.


ㅁ 좋은 게 좋다고 생각하는 나로선, 나와 맞지 않더라도 그만한 가치를 찾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책마다 저자의 특징이 있고, 장점이 있을테니까. 그런데, [목성에서의 하루]는 사실 잘 모르겠다. 내 눈에 안보이는 것인지, 아니면 내가 '시'라는 문학을 읽지 못하는 것인지 그조차도 모르겠다. 읽는 내내 내가 뭘 하고 있는지, 그래서 뭘 말하고 있는건지 깨닫지 못했다. 어떤 걸 말하는 것 같다가도 끝에서 오묘해지고, 그러다가 결국 무슨 소린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시가 읽히지 않았다.

 아니 애초에 시가 그런 분야인가. 내가 그런걸 모르고 있는걸까. 도저히 어떻게 받아드려야 할지 모르겠다. 너무 급하게 읽은 건가 싶어서 천천히도 읽어보고, 하나하나 음미하며 읽어보기도 했는데, 결국 알 방법이 없었다. 다행히도 어떤 시구만이 좋았던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아직도 잘 모르겠다. 덕분인지 모르겠지만 그냥 시라는 작품을 잘 모르겠다.


가슴에 손을 얹으면 할 수 없는 말들이 있고

무름을 꿇으면 해야 할 말들이 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오늘은 내가

나를 지울래요

<우리는 누군가가 되어> 中

ㅁ 뭔가 체념한 듯한 말투는 저 문장만 그런게 아니라, 모든 시가 그런 느낌이었다. 아니면 내가 읽는 동안 체념하는 상태여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무슨 이야기인지 모르겠는데, 다만 느낌만이 남아서 시 구절에 떠도는 느낌. 그냥 시는 원래 그런 걸까.


오각형은 어디로 튈지 모르니까 우리는 사각형이 되도록 하자

<평면 위에서> 中

ㅁ 오각형이니 사각형이니, 앞뒤를 본다면 뜬금없을지도 모를 저 구절도, 그냥 스스로 낮게 들어가는 기분이 드는 건 비슷한 이유인 듯 했다. 원은 애초에 굴러가는 사람이고 오각형은 각마저 약간 둥근 상태니까 각이 확실한 사각형이 되는 건 조금은 조용하게, 그리고 낮게 살고 싶은 걸까. 그런 생각에 도달한다. 그게 무슨 이유에서, 그리고 어떤 내용에서 시작된 생각인지 모른 채 그냥 그저 그런 마음으로 시를 읽었다.


ㅁ 시집을 마저 읽고, 서평을 쓰려고 앉아있는 순간에도 어떤 이야기로 리뷰를 써야할지 몰랐다. 시집을 구매하는 것 자체가 일단 처음인 일이라, 이 모든 게 처음이라 어색했다. 막상 글을 쓰다보니 술술 쓸 수 있었는데, 그 맥락과 문장들이 과연 올바른지 생각해보면 햇갈린다. 하지만 따로 수정을 하고 싶진 않다. 그 이상한 느낌조자 내가 시를 읽고 정리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하나의 표현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중에서야 글을 읽고나면 얼마나 부끄러울지 생각하지만, 그건 그때의 일이니까. 이런 두서없는 글도 하나의 표현으로 기록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가장 서글픈 느낌이 들었던 구절로 끝내려고 한다.


우리들은 점점 흐려진다. 흐르는 빛과 지나가는 안개와 돌아오는 길이 그런것처럼. 눈물이 차오를 때마다 낯선 길들이 이어진다. 흐려지며 흐릿한 것을 말하고 낯설어지며 낯선 길을 간다. 검은 물빛을 지나고 낡은 거미줄을 지나고 주저앉는 각자의 지붕들을 견디는 텅 빈 도심쪽으로, 무심하게 내일 쪽으로.


<전날의 산책> 中

p.s. 책과는 별개로 시를 사서 보는 건 어쩌면 좋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책과는 다르게 시는 한 작품 한 작품씩 읽어야 하나보다. 그렇게 읽어도 와닿지 않는 게 있는데, 시집을 사서 보려면 그냥 두고 하루에 한두편씩 읽는게 그나마 가장 시를 감상하는 방법이라 생각하게 되었다. 시집을 '한줄의 문장'처럼 하루에 조금씩 읽도록 해야겠다. 지금 사둔 모든 시집들도...

숲이 흔들리면 바람이 된다
바람이 된 숲으로 들어가면
낯선 바람 없이도
기다릴 줄 알게 된다

아무것도
아무려나
어떻게든

나무를 열고 들어간다

열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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