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0월 11일의 문장


시간을 견디어서 흘려보내고 다음 페이지를 넘기는 일. 그곳에 펼쳐진 백면에 어린이가 또다시 새로운 형태 모를 선을 긋고 예기치 못한 색을 칠하도록 독려하기. 그러는 동안 자신의 존재는 날마다 조금씩 밑그림으로 위치 지어지고 끝내는 지우개로 지워지더라도.


[네 이웃의 식탁](민음사) - 구병모


ㅁ 아이들을 흔히 흰색의 도화지라고 말한다. 정말 깨끗하고 순수한 상태라서 뭐든 그릴 수 있는 도화지.


ㅁ 그런데 저렇게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려진 도화지를 지워나간다니... 어른들은 그려진 도화지이고,


부모는 그 그림을 지워나가는 과정이라는 사실에, 그런 현실에 너무 서글퍼지는 문장.


ㅁ 그렇다. 흔히들 지금이 저출산 시대라고 한다. 출산이 문제인가, 살기 바빠 힘든데... 


이런 생각, 분위기가 파다하다. 물론 시대마다 달랐겠지만, 아이를 기르는 상황이


항상 이랬을까? 극단적으로 과거 대가족 시대였던 조선시대에서도


저런 육아의 과정을 이 세상 모든 부모님들이 겪었던 걸까.


자신의 밑그림을 지워가는 과정이 육아라면, 과연 그게 마냥 좋은 일일까.


무작정 장려하기엔 당사자들이 잃는 것들이 너무 많아 보인다. 과연 장려해야하는 일일까.


그렇다고 장려를 안 할 수는 없는 꼴이니까...


그래서 무엇보다 그걸 뒷받칠 주변 사람, 가까이엔 아내나 남편 서로, 


넓게는 사회적인 분위기나 제도가 정말 필요해보인다.


새삼 밑그림을 수없이 지웠을 부모님에게 죄송함과 감사함과 미안함이 공존한 오늘.


ㅁ 하루를 담는 문장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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