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문장들 - 굳은 마음을 말랑하게 하는 시인의 말들 문장 시리즈
김이경 지음 / 유유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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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세하고 간결함 속 마음을 꿰뚫는 문장들

[시의 문장들](유유) - 김이경


   ㅁ 어릴 적 중학교 때, 시를 쓴 잠깐의 기간이 있었다. 사실 그 때 무슨 시를 쓴 지 기억나지도 않는다. 확실한 건 시를 잘 써서 상도 받았고, 교육청의 어떤 시 영재프로그램에 참석했단 기억이 남아있을 뿐이다. 물론 수업을 가진 않았다. 겁나 재미없어서 말이다. 시와 전혀 관계없는 전공을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지금 돌아보면 그 때 시를 열심히 했다면 어땠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 도대체 내가 어떤 시를 쓴 건지 모르는 상태에서, 난 그 이후로 시를 가까이 두지 않았다. 그렇게 먼 길을 돌고 돌아서 오늘이 되었고, 난 다시 '시' 앞에 섰다. 책 [시의 문장들]을 옆구리에 끼고서 이 글을 쓴다.


   ㅁ 시는 참 묘한 존재다. 그리고 언어가 있는 어디에든 존재하고, 감성과 이성 그 중간쯤에 놓은 존재다. 시는 그렇기 때문에 인간이 실존한 이래로 지금까지 남아있는 게 아닐까. 잘 보면, 시가 없던 시기는 없었다. 고대 그리스부터, 지금까지 시는 계속 남아 있었고, 고대 이전에도 분명 있었을 것이라 (근거 없지만) 확신한다. 시는 그런 존재니까. 언어가 있었다면, 시는 무척 자연스레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아니 만든다기 보단 시는 그 자체로 '발생'하는 것이리라. 쓰다보니 시는 문득 만드는 게 아니라, 느끼면서 발생하는 것임을 깨닫는다.


   ㅁ 그래서 시는 그리 대단한 글이라고 말할 순 없다. 그냥 그 자체로 발생했던 거니까. 마치 우리가 항상 하는 말과 다름없다. 다만 시를 언어를 통해 글로 쓰는 것과 그냥 느낌만을 간직하는 것의 차이다. [시의 문장들]이란 책을 처음 봤을 때, 꼭 사야겠다고 다짐했다. 바로 그 느낌을 느끼기 위해 빌려 읽는 것으론 그대로 받아드릴 수 없으니까. 간직하고 느낌을 몸에 스며들도록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무리해서 책을 구매, 읽기 시작했다.

전반적인 내용을 특별하지 않다. 작가님이 읽은 좋은 시 구절들을 뽑아 한 쪽 면에 쓰고 반대편 면에는 작가님의 이야기를 싣는다. 그 내용은 1페이지 정도인데, 단 3줄인 내용도 있고, 좀 긴 부분도 있다. 이런건 사실 길이는 중요하지 않다. 그냥 느낌대로, 생각나는 대로 쓰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분야도 아마 에세이라 되어 있다. 그렇게 모인 108개의 시 구절은, 각기 제 존재를 뽑내며, 페이지마다 조심스레 놓여 있다. 저마다 다른 모습과 느낌을 내뿜으며 그렇게 한 책에 담겨 있다.


   ㅁ 작가의 말에서도 언급한 부분이 있다. 시의 문장들 역시 시의 일부를 가져오는 거라 시 자체의 모든 느낌을 가져올 수 없었다. 확실히 그런 부분은 아쉬운 편인데,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아니겠는가. 시를 다 가져오면 그게 시집이지, 시 문장의 책은 아니니까. 그래서 시집을 사게 만든다. 시의 한 문장이 시집을 사게 만들정도로 크게 오는 경우가 있다. 그 때의 감정은 정말 이루 말할 수 없다. 느껴봐야 아는 매력. 그게 시다. 시는 아는 사람만 아는 매력을 갖는다. 그리고 슬며시 읽는 독자에게 던진다.


   ㅁ 그렇게 시에 한 번 다가갔다. 아니 다시 다가간다. 무려 8년이상 멀리했던 시에 다시 가까워졌다. 그 때 놔버렸던, 그리고 멀어진 시를 마주하고 보니,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 그 땐 왜 잡지 못했을까. 그 때 잡았더라면 지금과 같은 기회가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시' 앞에 서서 이번엔 놓치 않길 기도한다. 이게 [시의 문장들] 덕분이다. 그 어릴 시절 시 쓴 나를 회상하며, 오랜 친구를 맞이하듯 시를 내 인생에 한 자리에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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