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디자인 - 좋은 것에 담긴 감각과 생각
리카르도 팔치넬리 지음, 윤병언 옮김 / 홍디자인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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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에 포착되기 위해 만들어진 모든 것을 위한 앎'을 다루다.


제목이 [시각디자인]이라고 해서 실제로 시각디자인만을 말하진 않았다.


아니 생각해보면 디자인 자체가 시각으로서 성립되는 건데, 


그걸 구분 짓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되는구나.



무튼 지난 주의 책인 [시각디자인]을 읽었다. 다 읽었다.


(휴... 위험했다. 사실. 오늘 오전에 끝냈기 때문이지. 다 못 읽는 줄 알았네)


전체적인 느낌은 그렇다. 


두루뭉실하면서도, 뭔가 머리를 울리는 것들이 많았던 기분?


마치 잡히지 않는 구름을 탐색하다가 가끔씩 구름한테 번개로 여러 대 맞는 기분


애초에 디자인, 예술 이런 분야가 딱 손에 잡히는 기분이 들지 않아서 그랬다.


후반부에 가면 저자도 예술의 모호함에 대해 언급한다. 덕분에 나만 그런게 아니구나 싶어 안심했다.


머리를 울렸던 건 철학적이면서, 깊게 생각해볼 여러 가지 내용들 덕분이었다.



전반적으로 리뷰 글의 제목이 이 책의 요지다.


'시선에 포착되기 위해 만들어진 모든 것을 위한 앎'(p.11)을 쓰셨다.


저 범위가 엄청나게 많은 걸 포함한다. 그래서 어느 정도의 주제로 분류를 했으며,


개인적으로 그게 각 챕터가 된 것 같았다.


특이한 점은, 주제에 대한 이야기만 하지 않고, 왜 그렇게 발전해왔으며, 


그 디자인들이 만들어진 시대부터 '왜' 그랬는지를 설명한다.


가령 주제가 레이아웃이면, 레이아웃의 정의로 시작해서 짧게 레이아웃을 언급하고,


과거에 어떤 과정으로 만들어져서 지금의 레이아웃이 되었는지를 설명한다.


어떻게 보면 역사책에 가깝다. 하지만 역사는 정말 얇은 쪽에 속하고,


중요한 건 디자인. 그리고 '왜 그렇게 되었는가' 였다.


대부분의 챕터가 저런 느낌이었다. 물론 아닌 챕터도 있었다.


더불어서 읽다가 주제를 놓친 부분도 많다. 


이게 번역본이다 보니 이탈리아 이야기가 대부분이라


내가 이해 안가는 부분이 나오면 그대로 주제를 놓치게 되고,


번역본의 특성상, 완전히 우리말 같은 글이 아니다. 


그래서 되새김질을 몇 번 해야 이해가 될 때가 있었다. 그게 가장 아쉽더라.(그래서 4점)




책을 다 읽을 때 쯤 느낀 건 바로


'디자인은 바로 만든 사람의 생각이 결정적인 분야구나.' 였다. 각 챕터 내내 그 이야기를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말해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디자인을 이해한다는 것은 형태를 알아보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하고 있는 사람이 누구인가를 알아보는 일이다.

p. 399


마지막 문장에서 저렇게 쐐기를 박아준다.



분야가 전혀 알지 못한 부분이라 그런지, 확실히 색다른 부분도 많았다.


특히 예술과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땐, 정말 몰입하게 되더라.


예술의 모호함으로 인해서 이런 분야, 미술이든 음악이든, 글이든


뭔가 딱딱 떨어지지 않는 분야들은


모호함 말고는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없었고 더군다나 다가가기도 어려웠다.


그런데 막상 예술에 대한 이야기,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면


모호함이 걷히진 않았지만....


그래도 그 모호한 '구름' 속에서도 나름의 철학이 있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생각할 요소들이 많아서 읽는 한 주 동안 디게 센치? 해진다.


마치 철학자가 되어가는 묘한 기분.



또 인상 깊은 몇 군데를 뽑자면,


사진, 서체, 화면, 읽기 챕터가 기억에 난다.


4개 다 관심이 있는 분야라 그런 건데, 특히 사진과 읽기(결국은 편집디자인)은


생각할 부분이 많더라. 읽기에선 여백이나 행, 문체 이런 부분에 대한 디자인에 관해


나 역시 관심 갖던 사람이라 많은 도움이 되었다.


사진은 내가 알던 그 사진의 역사가 아니라 좀 더 디자인의 관점에서 시작된 사진의 역사라


흥미로웠다. 사진이 발전한 계기가 참 묘했다. 순간을 찍기 위함이 아니었다니...


생각해보면 모든 발명이 지금의 계기랑 다른 경우가 부기지수였겠지.



디자인의 전반적인 이야기를 듣는 데 충분한 책이다.


특히 제목에서 처럼 '시선에 포착되기 위해 만들어진 모든 것'을


정말 디테일하고, 또 우리가 관습이라 불리는 그런 부분까지도 설명한다.


그런 걸 보면 세상 참 단순하게 보면서 살았구나 싶더라.


아는 만큼 보인다고, 그러고 보면 눈에 들어오는 게 더 많아진 기분이다.


책 자체도 중간에 많은 이미지를 넣어두었다. 


물론 이미지끼리 한 페이지에 몰려 있어서 여백에 적힌 숫자를 따라 이미지를 찾아야 하는 귀찮음이 있다.


하지만 읽다가 그림 보고 다시 읽고, 정신 없어도 재밌게 읽힌다.


번역투의 글만 아니었으면 참 좋았을텐데... 다시 생각해도 이건 정말 아쉽다.


혹시 디자인에 관한 심오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면, 괜찮은 책이다.


조금 어려울 순 있지만, 모호한 건 어떤걸로 읽든 애매하니 고민하지 말자.


일단 읽어보면, 딱 답이 있진 않겠지만, 나름의 숨겨진 철학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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