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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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모두에게 서로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기를...

(스포를 안쓰려고 노력했는데, 그런 뉘앙스는 있으니 조심하시길)


ㅁ 2016년 9월 12일~24일에 처음 보고

647일 지나

다시 보게 된 건 2018년 7월 3일~14일 ㅁ


신경숙 작가님의 책이다. 아마 작가님의 책 중에서 가장 처음 접한 책으로 기억한다.


그래서 '신경숙 작가님'이라고 하면 생각나는 대부분이 이 책에서 나온 것들이다. 


내용부터 문체, 서사방식부터 모두 다.


책을 읽은 날짜까지 자세하게 아는 경우는 드물다. 시간이 지나면 잊어먹기 때문인데, 


저걸 기억하는 건, 


당시 책을 양으로 읽는 시절에 따로 리뷰 따위는 쓰지 않았다. 


대신 그냥 일기를 쓸때 코멘트를 달곤 했다. 그 일기장이 지금까지 남아있다.


나도 이걸 다시 읽으면서 그 일기장도 다시 꺼내 봤다. 그렇게 추억팔이로 1시간이 삭제된 건 덤.


다시 읽는 행위가 책을 읽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다 해보았을 것이다.


이 짓도 처음과 다시 볼 때의 간격? 간극?을 보고 싶어서 시작했는데,


다행히 기록이 있어서 다행이다. 언젠가 '읽은 것을 쓰다'에 쓴 리뷰도 쓸 날이 오겠지...



무튼 그만 사족을 달고, 책 이야기를 쓰자.


가장 큰 차이를 느꼈던 건, 


(다시 읽는 다른 모든 책들도 비슷하겠지만,) 왜? 라는 부분이 조금 더 공감되었다는 것.


아마 흔히들 말하는 복선을 다시 읽으면서 찾아낸 게 큰 이유가 아닐까 싶다.


그들이 왜 그런 선택과, 그런 말을 했는지, 그리고 왜 그렇게 보였는지...


힐끗힐끗 가려진 의미를 좀 더 들춰볼 수 있었다.


좋다. 그래서 다시 읽는 거구나. 그런 생각을 정말 많이 했다.



처음에는 좀 답답한 면이 많았다고 기록되어 있었다. 주인공인 정윤도 그렇고, 명서도 그렇고,


그리고 마지막도 잘 이해하지 못했다고 써있다. 아마 그 땐, 좀 얕게 읽었던 것 같다.


근데 지금 보면, 음... 답답한 게 아니라, 그럴 수 밖에 없던 것이란 걸 알았다. 


그게 마지막에 가서야 깨닫는 걸 알고, 그리고 그들이 왜 그런 선택을 한지 이해가 되더라.


왜 그런가 싶었는데, 최근에서야 문장을 읽는 게 아니라 '음미'하게 된 게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


책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의 영향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글을 쓰면서, 


문장을 더 꼼꼼히 보게 된다. 그래서 그냥 슥- 하고 지나가는 단어조차도


이젠 곱씹는다. 그렇게 하나하나 머릿속을 채우니


그들을 알게 된다. 아니 그들이 되어간다.


언제는 정윤이 되었고, 다른 날에는 명서가 되었다. 그리고 마지막엔, 윤교수가 되었다.


소설을 제대로 읽는다는 게 이런건가...


처음보다 더 많이 메모했고, 그만큼 책은 좀 더러워졌겠지만,


먼 훗날 읽을 때, 또 어떤 기분일지...



다시 봐도 처음과 달라지지 않았던 인상 깊은 내용은 바로


윤이가 단이의 편지를 읽는 그 때!


정말... 처음에 볼 때도 가슴이 아렸던 게 알고 봤는데도 아렸다.


그렇게 슬픈 '언젠가는'은 처음 보았다.



마지막은 작가의 말로 끝내려고 한다. 작가의 말 중 한 부분이다


여러 개의 종이 동시에 울려퍼지는 것 같은 사랑 이야기가 될 것입니다. 청소년기를 앙드레 지드나 헤세와 함께 통과해온 세대가 있었다면 90년대 이후엔 일본작가들의 소설이 청년기의 사랑의 열병과 성장통을 대변하는 것을 보며 뭔가 아쉬움을 느꼈습니다. 한국어를 쓰는 작가로서 우리말로 씌어진 아름답고 품격 있는 청춘소설이 있었으면 했습니다. 내가 지금 쓰려는 소설이 그런 소설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최대한 지금 청춘을 통과하고 있는 젊은 영혼들의 노트를 들여다보듯 그들 마음 가까이 가보려고 합니다. 더 늦기 전에요. 청춘에만 갇혀서는 또 안되겠지요. 누구에게든 인생의 어느 시기를 통과하는 도중에 찾아오는 존재의 충만과 부재, 달랠 길 없는 불안과 고독의 순간들을 어루 만지는, 잡고 싶은 손 같은 작푸이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어느 날 불현듯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기도 하는 것처럼 세월이 흐른 후의 어느 날 다시 한번 찾아 읽는 그때도 마음이 흔들리는 그런 소설로 탄생하기를요.

p.374


진짜... 짜릿한 감동.


처음 이 책을 보았던 이유가 바로 저것이었다.


주변 얘들이 다들 소설을 보면 기욤 뮈소, 히가시노 게이고 등 외국 작가들을 좋아했다. 음...


물론 그들 소설도 진짜 재밌다. 하지만 난 지금 내가 사는 이 곳의 이야기. 


외국이름이 아닌 우리말로 된 주인공들의 이 곳에 대한 이야기.


그걸 너무 보고 싶었다. 거기에 딱 맞는 책을 봐서 얼마나 행복하던지..


한국현대소설들이 많이 읽혔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요즘 자주 하게 된다.



그리고 제목에 대한 이야기.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요즘 전화벨은 잘 안 쓴다. 톡을 자주 쓰지...


근데 중요한건 전화벨이 아니라, '어디선가 나를 찾는'이다.


후반에 가면 어디선가 걸려오는 전화를 받는 내용이 나온다.


음... 그게 처음 볼 때 뭔 소린가 했다.


그렇게 어디선가 누군가를 간절히 찾는 마음.


서로를 붙잡는 하나의 각인.


작가님이 말하듯, '서로에게 어떻게 불멸의 풍경으로 각인되는지...'(p. 377)


그들의 충만과 부재의 관계 속에서 이어진 끈을 보며


살아있는 모두에게 어디서든 그리고 언제든 서로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기를...



ㅁ Re:ading 1.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문학동네) - 신경숙 작가님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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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 쓰다가 느낀건 다시 읽기랑 리뷰랑 차이를 모르겠다.


단순 비교만 되는 기분이랄까...


일단 모르겠다. 하다보면 좀 길이 보이겠지.


그동안 리뷰 같아도 계속 써봐야겠다.


이 소설에서 어쩌든 슬픔을 딛고 사랑 가까이 가보려고 하는 사람의 마음이 읽히기를, 비관보다는 낙관 쪽에 한쪽 손가락이 가 닿게 되기를, 그리하여 이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언젠가‘라는 말에 실려 있는 아직 다가오지 않은 미래의 꿈이 읽는 당신의 마음속에 새벽빛으로 번지기를...
p.378 작가의 말 마지막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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