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밑에 달이 열릴 때
김선우 지음 / 창비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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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서른...나보다 나이도 한참 어린 여자인 작가가 지닌 사색의 깊이, 아름다운 표현에 감동되기도 하고, 작은 질투마저 즐겁게 느껴본다. 보랏빛 표지에 연두 글씨, 속표지까지도 이 책에서 느끼는 신비스럽고 아득한 아름다움을 더하게 한다.

수필의 특성상 작가 자신의 감정에 도취되어, 그 감정이 여과없이 과장되게 드러나서 조금은 민망했던 느낌도 없지 않지만...일상 생활에 찌들어 건조하고 밋밋하고 딱딱해진 내 의식을 비추는 걸까? 하지만 문학을 예술을 삶의 전부로 받아들이고 생활하는 한 여인의 내면이 그러하다는데야...그 조차도 아름답다.

어찌되었든 나는 천천히 오래도록 그녀의 책을 읽었다. 나의 가슴은 그녀의 힘에 의해 조금은 촉촉하고 부드러워진 것 같기도 하다. 내 삶의 갈피에 이런 느낌이 자리하고 그 파장이 더 깊어져도 좋으리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냥 일상에 매몰된 채 하루하루 살아가기엔 좀 억울한 생각이 드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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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음악 공부 - 서양 음악편 맛있는 음악 공부
김한경 지음, 허태준 그림, 주대창 감수 / 청년사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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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권할만한 음악 관련 도서가 마땅치 않았는데 무척 반가운 책이었다. 그동안 나온 책은 음악 동화라 하여 음악은 없고 동화만 들어있는 책이거나 아니면 쉽게 읽히지 않는 밋밋하고 딱딱한 음악이야기 책이어서 아이에게 권하기 부담스러웠는데...

이 책에 대한 첫 느낌은 책이 예쁘고 사진 그림 자료가 풍부해서 아이들이 쉽게 부담없이 보겠구나...하는 것이었다. 음악이야기나 작곡가에 얽힌 일화는 간결하고 쉬운 문장이라 고학년 아이 뿐아니라 동생에게 읽혀도 좋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음악에 대한 갖가지 상식, 지식도 다루고 있어 음악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위해 좋은 책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엄마들은 아이들이 어릴때부터 피아노 등의 악기 교육에 많은 공을 들인다. 그러나 음악을 듣고, 느끼도록 기회를 주기는 쉽지 않다. 음악과 친해지고 아름다움에 대한 감각을 키우려면 오감 중에 듣는 교육, 음악 감상에도 신경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이 많은 참고가 될 것 같다.

아이의 반응이 궁금하긴 하지만 일단 엄마로서 참 만족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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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선옥, 마흔에 길을 나서다
공선옥 지음, 노익상·박여선 사진 / 월간말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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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에 길을 나서다? 그거 내 얘기네.'

올해 마흔 우리 남편이 책제목을 보고 내뱉은 말이다. 남편은 한 달여 힘든 투쟁 끝에 결국 십수년 몸 담은 첫 직장에서 물러났고 그 후 두 달 정도의 '마음 여행'을 마쳤다. 새 직장에 다닌지 두 주...그러나 그는 아직 여정 중에 있고, 그 동안은 사느라 잘 몰랐지만 사는 일이 정처없이 떠나는 긴 여행과 같다는 것을 절실히 깨닫고 있는 것이다.

'마흔'...내 남편 뿐 아니라 곧 내게도 나이 40의 의미는 각별하다. 정신없이 남들 하는대로 달려온 것이 지난 세월이었다면 이제는 나를 돌아보고 진짜 나를 찾아 나서야 하는 시점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던가.

그 나이에 작가 공선옥이 떠난 길이 몹시 궁금했다. 표지에 한 촌부의 평생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거칠고 투박한 손이 유난히 눈에 들어온다. 흙과 노동과 더불어 새벽잠을 깨고 고단하게 잠들었을 그의 평생이 숭고하게 느껴지는, 아름답고 정직한 손. 작가가 시골 마을, 허름한 도시의 뒷골목, 그러나 그곳에도 영락없이 깃든 삶에 애정을 가지고 있음을 짐작하게 하는 부분이다. 도시의 반들거리고 화려하지만 껍데기에 불과한 삶보다는 보잘 것 없고 남루한 그들의 삶에서 선함을 쓸쓸하게 아름다운 인생을 발견하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작가의 글 속에서는 어떤 허위도 과장도 허세도 없다. 그냥 날것 그대로 가슴에 와 닿고 눈물이 고이게 하는 절절함이 있다. 그것은 내가 그녀를 좋아하는 이유가 되기도 하지만.

연일 첨단의 기술을 자랑하는 물건들 광고가 눈부시고, 제대로 내 것이 될 것이 만무한 백화점의 아름다운 물건들. 맛난 음식들. 여행지들... 수십 수백억의 검은 돈들이 사과 상자나 골프 가방에 들려 오고 가는 시대, 하루 아침에 몇 억씩 집값이 춤을 추는 이 시대에 미치지 않고, 소외받지 않고 사는 것처럼 사는 길은 무엇인가 나같은 얼치기 도시인은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

'소쩍새' 소리에 귀기울이고, 그래도 어찌어찌 살아가게 마련인 한 판 인생의 타령에 나도 내 몸을 맡겨본다. 그냥 그대로 플레임 안에 들어 가슴 저린 사진 속의 인물, 풍경들처럼 내 인생의 플레임 안에 무엇을 두고 살 것인지 생각해야하는 나이...'마흔'에 나는 어떤 여행을 준비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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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춤추듯 순간을 살았다
홍신자 지음 / 열림원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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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손에 쏙 들어오는 날씬한 판형. 자주와 검정색을 대비시킨 후 마치 춤이라도 추는 듯 표지를 가득 채운 글씨가 매력적인 책이다. 본문의 굵직굵직 커다란 활자도 이채로웠는데 그 낯선 느낌은 곧 편안함으로 다가온다. 이 책에는 홍신자 씨의 춤의 일생이 담겨 있다. 그간 출판된 그의 책들을 꾸준히 찾아 읽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야 내가 그의 춤을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의 열정과 솔직함이 좋아서 그의 삶 전체를 꿰뚫는 자유와 구도의 정신이 좋아서 그의 글들을 쫓으면서도 정작 그녀 자신인 춤을 말이다.

고등학교 2학년 때 불어 선생님이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임신한 몸이 그대로 드러나는 얇은 옷 하나 걸치고 무대에서 춤을 췄다는 나이 마흔의 무용가의 이야기였다. 온갖 편견을 여과 없이 받아들이고 학교와 교과서의 틀을 세상의 전부라고 믿는 순진한 여학생에게는 놀랍기만한 이야기였다. 한편 내가 좋아했고 또 닮고 싶었던 선생님의 표정과 말투에는 그 무용가에 대한 존경과 감동이 가득했기에 어리둥절하기도 했는데. 무용가 홍신자 씨는 여학교 시절 혼란과 의문을 한번에 던져준 이름으로 내 기억에 남았다.

그 여학생은 여학교 시절 불어 선생님의 나이가 되었다. 세월따라 홍신자 춤의 무엇이 선생님에게 감동을 주었을지 알 나이가 된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은 내게 이야기 한다. 내면의 울림과 이야기, 느낌이 몸짓이 되고 자연과 교감하고 우주와 하나가 되려는 그녀의 춤을. 그녀에게 있어 '구도'와 '춤'은 분리된 것이 아닌 한 몸이라는 것을.

이 책이 나 자신에게 미친 영향이라면 지금껏 잊고 지내왔던 내 몸에 대해 생각하게 하였다는 것. 그리고 제대로 귀기울이지 않았던 내 내면의 소리를 생각하게 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내 몸은 움직이거나 일을 하거나 본능을 해결하는 도구로서만 기능하고 살았다. 내 몸도 느끼고 말하고 싶은 욕구가 있지 않을까? 내 몸짓도 언어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나는 내 몸에게 한번도 말을 걸지 않고 무시한 채 노예처럼 부리고 군살만 찌운 것은 아니었나 돌아보게 되었다.

더불어 내 내면의 느낌, 소리에 귀기울여, 나 자신의 이야기를 듣고 스스로 바라보려는 노력이 너무도 부족한 것은 아니었나, 그냥 흐느적거리며 나이만 먹는 것은 아닌가하는 반성... 내 속을 가만 들여다보고 있으면 내가 진정 무엇을 느끼고, 생각하고, 무엇을 원하는지 이야기 해 줄 것만 같다. 그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내가 정말 좋아질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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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밀밭의 파수꾼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7
J.D. 샐린저 지음, 공경희 옮김 / 민음사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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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번째 학교에서 퇴학당한 주인공이 집으로 돌아가기까지의 여정이라고 해야할까? 책을 다 읽은 후 좀 맥빠지는 기분이 들어서 주인공의 넋두리, 행적들을 찬찬히 다시 살펴야할까를 망설이다가 그만두었다. 별 의미없는 행동들, 의미없는 언어들, 목적없는 방황... 대신 주인공의 입장을 공감해보는 쪽으로 마음을 바꿨다. 주인공의 우울, 냉소, 의심, 충동들을 이해하는 쪽으로...

주인공의 기억 한 가운데 자리잡은 상처, 충격은 사랑하던 동생의 죽음이다. 그 죽음은 손의 고통으로 늘 그를 따라다닌다. 그리고 부모로부터, 선생님이나 친구들로부터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 고등학생...아이도 어른도 아닌... 그리고 소심하고 나약한 성격. 그를 둘러싼 현실은 그가 스스로 학교 안에서, 학교 밖 거리에서, 부모(가족)로부터 소외된채 방황하도록 한다.

어느 자리에서고 그는 스스로에 대한 책임을 강요받겠지만 한편 자신을 온전히 책임질 수 있는 어른으로 완전히 탈피한 것도 아니지않은가. 그 모든 것이 혼란스럽고 갈피를 잡기 힘들겠지. 좀 별난 구석이 있는 주인공은 역시 별나게 성장통을 된통 앓고 있다고 이야기 할 수 있지 않을까?

극심한 혼란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며 주변 모두의 위선을 끔찍해하며 달아나고만 싶어해서 언뜻 그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되는대로 시간을 보내는 것 같지만, 그 가운데 주인공이 원하는 것이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와 진실하고 가식없는 순수한 대화, 만남을 원했고, 자신의 상처를 이해받고, 사랑받고 보호받기를 원했던 것만 같다. 물론 자신의 여동생만큼은 보호해주고 싶었던 것 같다. 자신이 누군가로부터 원하는 것을 동생에게 해주고 싶고, 또 동생의 자신에 대한 사랑에 감동하고...

하지만 주인공이 원하는 방식대로의 요구가 거절당하고 있고, 또 거절당할 것이 두려워 자꾸만 자신이 원하는 것으로부터 반대 방향으로 도망치려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했다. 주인공처럼 누군가 또 그런 자신을 스스로 방치하고 있다면 그의 방황이 길지 않기를, 그리고 그 아픔, 과정을 딛고 성숙한 자기로 우뚝 서기를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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