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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선옥, 마흔에 길을 나서다
공선옥 지음, 노익상·박여선 사진 / 월간말 / 2003년 7월
평점 :
품절
'마흔에 길을 나서다? 그거 내 얘기네.'
올해 마흔 우리 남편이 책제목을 보고 내뱉은 말이다. 남편은 한 달여 힘든 투쟁 끝에 결국 십수년 몸 담은 첫 직장에서 물러났고 그 후 두 달 정도의 '마음 여행'을 마쳤다. 새 직장에 다닌지 두 주...그러나 그는 아직 여정 중에 있고, 그 동안은 사느라 잘 몰랐지만 사는 일이 정처없이 떠나는 긴 여행과 같다는 것을 절실히 깨닫고 있는 것이다.
'마흔'...내 남편 뿐 아니라 곧 내게도 나이 40의 의미는 각별하다. 정신없이 남들 하는대로 달려온 것이 지난 세월이었다면 이제는 나를 돌아보고 진짜 나를 찾아 나서야 하는 시점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던가.
그 나이에 작가 공선옥이 떠난 길이 몹시 궁금했다. 표지에 한 촌부의 평생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거칠고 투박한 손이 유난히 눈에 들어온다. 흙과 노동과 더불어 새벽잠을 깨고 고단하게 잠들었을 그의 평생이 숭고하게 느껴지는, 아름답고 정직한 손. 작가가 시골 마을, 허름한 도시의 뒷골목, 그러나 그곳에도 영락없이 깃든 삶에 애정을 가지고 있음을 짐작하게 하는 부분이다. 도시의 반들거리고 화려하지만 껍데기에 불과한 삶보다는 보잘 것 없고 남루한 그들의 삶에서 선함을 쓸쓸하게 아름다운 인생을 발견하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작가의 글 속에서는 어떤 허위도 과장도 허세도 없다. 그냥 날것 그대로 가슴에 와 닿고 눈물이 고이게 하는 절절함이 있다. 그것은 내가 그녀를 좋아하는 이유가 되기도 하지만.
연일 첨단의 기술을 자랑하는 물건들 광고가 눈부시고, 제대로 내 것이 될 것이 만무한 백화점의 아름다운 물건들. 맛난 음식들. 여행지들... 수십 수백억의 검은 돈들이 사과 상자나 골프 가방에 들려 오고 가는 시대, 하루 아침에 몇 억씩 집값이 춤을 추는 이 시대에 미치지 않고, 소외받지 않고 사는 것처럼 사는 길은 무엇인가 나같은 얼치기 도시인은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
'소쩍새' 소리에 귀기울이고, 그래도 어찌어찌 살아가게 마련인 한 판 인생의 타령에 나도 내 몸을 맡겨본다. 그냥 그대로 플레임 안에 들어 가슴 저린 사진 속의 인물, 풍경들처럼 내 인생의 플레임 안에 무엇을 두고 살 것인지 생각해야하는 나이...'마흔'에 나는 어떤 여행을 준비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