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서, 헤아릴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글자들에서
눈길을 떼면 완성된 밤으로 나선다:
오 밀려든 감정들이 별들에 따라 어떻게 나뉘어질까
농부의 꽃다발이
묶이어 지듯이:

경쾌한 젊은 시절과 흔들려 기울어지는
무겁지만 부드러이 머뭇거리는 어깨--.
관계를 바라는 욕망은 곳곳에 있으나 탐욕은 어디에도 없다.
세계는 드넓고 대지는 넉넉하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시 <밤에 드리는 시, 밤19> 전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댓글(1)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프레이야 2006-08-24 18:25   좋아요 0 | URL
아래로 아래로 흘러가는 이별이야기, 빗소리... 그래서 빗소리를 들으면 애잔한 것 같아요^^ 오늘도 마음으로 열두번도 더 이별하지만 늘 그자리에 있는 것..
 


  



내 짝꿍 크레파스는 36색이었습니다.
크레파스 통도 아주 멋졌습니다.
손잡이가 달려 있는 가방을 펼치면
양쪽으로 나뉜 플라스틱 집에
36개의 가지각색의 크레파스들이
서로 빛깔을 뽐내며 들어 있었습니다.
거기에는 금색, 은색도 있었습니다.



 

내 크레파스는 8색이었습니다.
조그마한 직사각형의 종이 상자에
골판지 이불을 덮고
옹기종기 누워 있는 내 크레파스..




 
짝꿍이 36가지의 색 중
어떤 색을 선택해야 할지 몰라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을 때..
난 8가지 색을 골고루 색칠하고도
비어 있는 도화지를 놓고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습니다



 

내 그림에도
빛나는 황금색을 칠한다면 정말이지
금빛 은빛 세상이 될 것만 같았습니다.
 


 

그 날은
엄마의 모습을 그리고 있었습니다.

난 짝꿍처럼 엄마 손에
금반지를 그려 드리지는 못할지라도
엄마가 제일 좋아하는 보라빛의 블라우스를
입혀 드리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할 수 없이 파란색으로
엄마의 블라우스를 칠했습니다.
엄마는 너무 추워 보였습니다.
다시 따뜻해 보이는 빨간색으로
그 위를 덮었습니다.

그 순간..
블라우스는 보라빛으로 변해 있었고
엄마는 눈부시게 웃고 있었습니다.




 
너무 신기 했습니다.
빨간색과 노란색을 섞어 할머니가 좋아하는
주황색 감도 그릴수 있었고
초록색과 노란색으로는
파릇파릇 연두빛도 만들 수 있었습니다.



 
그 날  이후로는
짝꿍의 크레파스가..
금색, 은색이 부럽지 않았습니다.

나에게는
요술쟁이 크레파스가 있었으니까요.


 
 

그날  난
못나게만 보였던
내 8색 크레파스를 통해서
소중한 삶의 비밀을 선물로 받았습니다.

지금 내 삶에도
화려한 빛깔의 많은 크레파스는 없습니다.
물론 금색, 은색도 없습니다.

하지만 내게 있는 자그마한 빛깔로
소박하지만 따사로운 색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오늘도 난, 
내가 가지고 있는 나의 빛깔로 
삶을 아름답게 그리고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01. 마음에 향기를 담고
02. 염화미소
03. 다향

04. 마음의 그림자
05. 축원
06. 아침안개

07. 비원
08. 만행
09. 니르바나
10. 바람의 노래



댓글(1)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비자림 2006-08-20 18:37   좋아요 0 | URL
참 좋네요. 살짝 얻어가옵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