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커피가 그리운 새벽에 / 정미숙 문득 블랙커피가 그리운 새벽이다 밤새 쌓아 올린 그리움의 탑을 허물어 커피를 만들면 허무로 쏟아져 부서질 사연들, 어제 만나고 어제 헤어졌던 사람과 사람들 그 틈새에 그리움을 쌓아 두고 가슴속에 촉촉한 이끼를 심어 두고 말았다 풀 향기 날리며 머물렀던 순간들은 한줄기 소낙비를 퍼붓고 멈춘 지 오래 대지엔 갈증으로 불타는 영혼들이 도시를 뜀뛰기 하며 분주히 움직이고 저마다 생활전선에 불꽃 하나씩을 피우려 한다 내일을 향한 디딤돌 위에 서서 잠시 그렇게 블랙커피를 마시며 우중충한 도시의 회색 벽에 붓을 들어 한 폭의 수채화를 그리고 먼동이 터오는 산간 마을을 그리워하며 마음 밭에 촉촉한 이슬이 쉬어 가길 바란다 블랙커피가 오늘처럼 그리운 새벽은 사람 냄새 가득 피어나는 가슴 따뜻한 사람들이 그리운 날이다 사람과 사람은 만남에 있어 향기로움을 전해 줄 수 있어야 하고 그 향기로움을 느낄 줄 아는 가슴이 있어야 더 아름답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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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엽이 쌓이는 날 佳谷/金淵湜 새벽이슬 먹은 노오란 은행잎이 나뭇가지 사이로 부서지는 오렌지빛 햇살을 안고 나비 날갯짓으로 떨어져 옹기종기 모여 잠든 갈잎을 깨운다 창가를 서성이며 아침잠을 깨우는 소슬바람이 난 향을 물고 가슴팍을 파고들고 까치의 울음이 싸늘한 아침공기를 창틈으로 밀어 넣고 파란 하늘가 뭉게구름이 갈대의 흔들림에 수채화 물감을 푼다 비둘기 떼 후드득 날갯짓에 곱게 물든 단풍잎이 우수수 종이비행기처럼 나르고 소복이 쌓이는 낙엽무덤을 비집고 한여름 땀방울이 겨울잠 채비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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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6-10-20 17:36   좋아요 0 | URL
무르익기를 기다리는 기쁨을 제대로 누리며 살아가야겠어요. 마음 속에서 보채고 안달하는 마음이 그런 기쁨을 앗아가서 설익은 결과를 내어놓으면 사람들에게도 공해이지 싶으네요. 반성하다갑니다.^^
 



사랑이 깊어갈수록


    박 미 순


사랑이 깊어갈수록
간절해지고 보고파지는 이유는
함께하고픈 마음이겠지요

순간 순간
당신 향한 마음 주체못하고
달려가는 나를 보며
조금만 덜 사랑하자 되뇌여 봅니다

사랑하는 이유를 말하려면
천가지 이유로도 모자라지만
행여 당신께 부담될까 두려워
내 가슴에 새김질만 해 봅니다


사랑하는이여
내 사랑이 부족하여
당신의 눈길이 내게오지 않는다 해도
원망하지 않으렵니다

그 차가운 눈길마져도 
사랑할수 밖에 없기에
사랑이 깊어갈수록 두렵습니다
당신을 향한 사랑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해도
당신 사랑하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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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의 길에는 늘 비가 내렸습니다. 마땅한 우비를 가지지 못한 나는 언제 그칠지 모르는 폭우를 흠씬 맞으며 살았습니다
내 생의 길에는 글쎄, 지붕이 없었다니까요. 그러나 나는 그 길을 가야만 했고 지금 여기까지 축축하게 걸어왔습니다. 길 위에서 길을 잃으며 어둠을 휘저으며 길을 찾느라 열 손가락에 불을 켜고 살았습니다. 인생을 죽음과 부활의 연속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지만, 나는 잃음과 찾음의 연속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끊임없이 잃지만 끊임없이 찾는 그 탐색이야말로 바로 생의 역동적 힘이 아니겠습니까. 물론 어떻게 사는가를 배우는 데는 전 생애가 걸리는 법입니다.
그러나 나를 향상시키는 것은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아니라 하고자 하는 일이라는 사실을 하나의 희망으로 갖고 있었습니다.

신달자의 <너는 이 세 가지를 명심하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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