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길에 두고온 나뭇잎들  
불길이 활활 타오르는 날
붉은 꿈을 안은 영혼들이   
밖으로 슬금슬금 빠져나갑니다
(중략) 
내 인생의 한 잎새와 
또 여러 잎새가 서로 안은 이 세상 
소리없이 만나 마음 위로 떨어지면 
가슴에서 피어나는 꽃잎처럼  
우리도 때로는 낙엽이 될까요 
 
-이효녕 <우리도 때로는 낙엽이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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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님
누님 같은 가을입니다
아침마다 안개가 떠나며
강물이 드러나고
어느 먼 곳에서 돌아온 듯
풀꽃들이 내 앞에 내 뒤에
깜짝깜짝 반가움으로 핍니다.

- 김용택 <섬진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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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 햇볕으로나 동무삼아 따라가면
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나고나
제삿날 큰 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강을 보것네
저것 봐, 저것 봐,
네 보담도 내 보담도
그 기쁜 첫사랑 산골 물소리가 사라지고
그 다음 사랑 끝에 생긴 울음까지 녹아나고
이제는 미칠 일 하나로 바다에 다 와 가는
소리 죽은 가을강을 처음 보것네.
 
- 박재삼 <울음이 타는 가을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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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여, 때가 왔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길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얹으십시오
들에다 많은 바람을 놓으십시오
마지막 과실들을 익게 하시고
이틀만 더 남국의 햇볕을 주시어
그들을 완성시켜, 마지막 단맛이
짙은 포도주 속에 스미게 하십시오
 
- 릴케 <가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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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신은 나입니다. 
이 가을날 내가 가진 모든 언어로
내가 나의 신입니다
별과 별 사이 너와 나 사이 가을이 왔습니다
맨 처음 신이 가지고 온 검으로 자르고 잘라서
모든 것은 홀로 빛납니다
저 낱낱이 하나인 잎들 저 자유로이 홀로인 새들
저 잎과 저 새를 언어로 옮기는 일이
시를 쓰는 일이, 이 가을 산을 옮기는 일만큼 힘이 듭니다
저 하나로 완성입니다 
 
- 문정희 <사람의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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