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 노인을 바라보았다.
생이 저물어가고 있는 시간에 늙고 하얀 발을 흐르는 맑은 물에 담그고 있는 나의 늙은 아버지. 나는 불현듯 그리고 아주 단순하게 한때 소년이었던 어린애였던 그리고 젊은 청년이었던 나의 아버지를 생각해보았다. 내 청춘과 마찬가지로 아버지도 한때 청년이었던 것을, 나는 한 번도 아버지를 그렇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그 이미지들(아버지의 현재와 과거)은 모두 하나로 합쳐졌다. 그러자 순간, 아버지는 젊으면서도 늙은, 죽어가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새로 태어나고 있는 아주 기괴한 존재로 변했다.
나의 아버지는 하나의 신화가 되었다.
다니엘 월러스의 <큰 물고기> 중에서
영화 '빅 피쉬(Big Fish)'의 원작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