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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엔 이런 편지를 받고 싶다 가을에 받는 편지엔 말린 낙엽이 하나 쯤은 들어 있었으면 좋겠다. 그 말린 낙엽의 향기뒤로 사랑하는 이에 체취가 함께 배달 되었음 좋겠다. 한줄을 써도 그리움이요 편지지 열장을 빼곡히 채워도 그리움 이라면 아예 백지로 보내오는 편지여도 좋겠다. 다른 사람들에겐 백지 한 장 이겠지만 내 눈에는 그리움이 흘러 넘치는 마법같은 편지 그 편지지 위로 보내온 이의 얼굴을 떠올리다가 주체할 수 없는 그리움에 눈물을 쏟게 되어도 가을엔 그리운 사람으로 부터 편지 한 통 날아들면 정말 행복 하겠다. -행복한 중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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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 다니는 건 따분하고 촌스러워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걸어다니는 자, 어슬렁거리는 자, 산책하는 자, 즉 플라뇌르flaneur에는 게으름의 숭고한 정신이 깃들어 있다. 그러므로 걷는 자는 고귀하고 강한 존재다. 그는 즐거움을 위해 걷는 것이며, 관찰하되 끼어들어 간섭하지는 않는다. 또한 서두르지 않으며 자신의 마음을 벗 삼아 걷는 것만으로 만족해 한다. 혼자서 초연히 지혜롭고 즐겁게, 그리고 신처럼 거룩하게 떠도는 그는 진정한 자유인이다.

톰 호지킨슨의 <게으름을 떳떳하게 즐기는 법>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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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광화문, 종로, 인사동, 혜화동을 순례자처럼 돌아다녔다. 돌연 종적을 감추었다고나 할까. 현실적인 이유로 어느 날 나는 스스로 그 길에서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지난 봄이었고, 거의 십 년 만에 그 길을 걸었다. 이 거짓말 같은 사실은 서울에 살면서 늘 다니는 길만을 다닌 탓도 있다.

종로에서 광화문까지 걸었다.
아직 봄이 다 오지 않은 것은
그 길에 대한 나의 이해가 부족한 탓인가.
눈을 감으니 돌과 상처들의 노래가 들려온다.
역사에 거짓이 기록되는
헛된 꽃만 피우고 있다.

그날 내가 느낀 것을 메모한 내용 그대로이다. 그 길에서 아마 나는 영원히 나이를 먹지 못할 것 같다.
나는 걷는 것을 좋아한다.
천천히 길을 걸으면, 내가 세상에 그저 속해 있는 것이 아니라 세상과는 아무 상관없는 세상 바깥의 구경꾼이 된다. 무엇인가를 생각하기도 하고 아무 생각을 하지 않을 때도 있다.
덧없는 순간들 속을 느리게 걷는 느낌은 꽤 야릇하기도 하다.
저녁을 먹고 아이들 손을 잡고 동네 한 바퀴 산책하는 일도 정말 즐거운 일이다.
이제 가을이 오면 ‘예술의 전당’에 자주 갈 것이다. 천천히 돌계단을 오르거나, 광장에 서성거리다가 노천 카페나 벤치에 앉아 생각에 빠져보기도 할 것이다.
아름다운 가을이 내리는 그 풍경 속에 나는 그렇게 있을 것이다. 계절이 오고 가는 길을 오래 걸어보는 일은 언제나 행복한 일이다.
<황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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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슬한 그 곳 글 소정 잊을까, 버려 두었던 생각 추수려 나서 본 들길에 갈바람 살갑게 불어오고 지난 흔적 어디에도 보이질 않아 가던길 멈추는 허허로운 발걸음 아련한 그 날이 침묵으로 곱기만 한데 가이없는 마음 저혼자 떠돌고 애틋한 세월에 남아 질 아슬한 그 곳 이제는 잊을까 눈, 감아도 그리운 곳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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