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행은 마음을 달래줬다. 걷는 것에는 마음의 상처를 아물게 하는 어떤 힘이 있었다. 규칙적으로 발을 하나씩 떼어놓고, 그와 동시에 팔을 리듬에 맞춰 휘젓고, 숨이 약간 가빠오고, 맥박도 조금 긴장하고, 방향을 결정할 때와 중심을 잡는 데 필요한 눈과 귀를 사용하고, 살갗에 스치는 바람의 감각을 느끼고 - 그런 모든 것들이 설령 영혼이 형편없이 위축되고 손상되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다시 크고 넓게 만들어 주어서 - 마침내 정신과 육체가 모순 없이 서로 조화롭게 되는 일련의 현상들이었다.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비둘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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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6-10-12 20:48   좋아요 0 | URL
참 좋은 글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