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천둥의 밤을 지나온 자들이어서》는 제주4·3을 ‘과거의 눈물’로 소비하기를 단호히 거부한다.
시인은 국가의 비수 앞에 학생복조차 입어보지 못한 채 산산조각 난 아이들의 시린 눈동자를 직시하며,
70년 전의 비극을 우리 곁의 ‘현재형 고통’으로 소환한다.
이 기록은 슬픔의 전시가 아니다. 주홍빛 테왁보다 뜨거운 불구름 속을 헤엄쳐 건너온 여인들의 고백은,
연민의 대상이 아닌 스스로 생을 밀어 올린 주체적 역사의 증명이다.
저자 또한 제주에서 나고 자랐다. 그 시간을 버텨낸 사람들의 감정과 시간을 있는 그대로 적어낸다.
단순히 과거의 사건을 기록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그날의 공포와 상실, 그리고 말로 다 담을 수 없는 슬픔을
현재의 감각으로 담았다. 천둥의 밤은 단순하게 자연현상을 표현한것이 아니었다.
그날의 폭력과 죽음, 그리고 삶이 무너졌던 시간들을 상징한다. 직접적인 설명이 아니고 시로 간접적으로 드러냄에
오히려 더 깊은 여운이 남는다. 그날의 그 감정을 따라가게 된다. 역사속 개인들의 고통을 더 가까이, 더 크게 느끼게 된다.
거창한 서사의 시가 아니다 남겨진 사람들의 시선에 집중하여 써내려간다. 시간이 흘러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기억의 흔적들이 묵직하게 전해진다. 단순하게 역사적 비극만을 그려내지 않는다.
그날의 그시간의 기억과 애도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나는 제주에서 나고 자라진 않았지만,
대한민국에서 살아가고 있다. 이런 기록들은 우리가 매년 기억해주고 애도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시선으로 다양하게 기억되어야 한다.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설명되는 문장은 없지만, 그래서 더욱 더 마음을 울린다.
오래 감정이 남는다. 이런 감정들이 어떤 감정인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는 이책으로부터 인간의 존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