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자음과모음 신인문학상을 통해 소설가로서 첫발을 뗀 김나현이 그간 부지런히 그려낸 일곱 개의 작은 세계를 그려모아 한권의 세상으로 만들었다. 멀리서보면 안온하기 그지없는 삶을 집요하게 들여다보고 낯설고 서늘한 구석을 기어코 떼어내 각 양의 이야기로 발전 시키는 작가의 능력,은 사실 그 자체보다 단정하고 차분한 방식과 과정에서 더 빛을 발한다.
<래빗 인더 홀>이라는 제목만 봤을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라는 외국동화가 생각났다. 래빗인더 홀은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지 표지의 삽화가 몽환적인 소녀의 표정이 나의 궁금증을 더 극대화 시켰다. 백과장이라는 인물이 실종되는 이야기로 시작되는 이소설은 단편의 소설들이 각각 담겨 한권을 이루었다. 사실 단편소설을 좋아하지 않는데 몰입하려고 하면 이야기가 끝나버리거나 결말이 딱 끝나지 않고 여운을 남겨 오히려 더 답답한 소설이기도 하는데 김나현의 소설을 단편이면서도 그 단편하나하나의 의미들이 뭔가 다 이어져 있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단편으로 끝나는데 이야기들이 이어진다. 이러한 구성을 생각해내어 소설을 만들어냈다는것 자체가 나에겐 참신한 문체였다. 뭔가 읽다보면 엥 ? 하고 끝나버리는데 또 다음 단편을 읽다보면 이야기가 이어지는것 같았다. 그리고 내가 상상했던 제목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의 삶에 대한 이야기가 들어있었다. 뭔가 현실적이면서도 비현실적인 이야기가 들어있다. 에세이같으면서도 소설같은 이야기.
비인간 화자인 토끼의 시작으로, 책의 제목처럼 어딘가를 들여다보는 이야기 또 현실과 꿈이 계속 해서 교차하고 이어지는 이야기도 담겨있다.
이해할수 없어도 이해할 수 있는 이해하고 싶지않은 사실과 사람을 기어코 이해하게 되는 뭔가 수수께기 같은 머리위로 물음표가 그려지는 이야기 들 이었다.